카카오, '규제 칼날'에 열흘새 시총 15조↓···투심 회복 언제?
카카오, '규제 칼날'에 열흘새 시총 15조↓···투심 회복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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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發 규제 악재 후 주가 22%↓···外人·기관 1.5조 '팔자'
상생안 발표에도 뒷걸음···증권가 "불확실 상존" 목표가 하향
카카오 제주 본사(사진=카카오)
카카오 제주 본사(사진=카카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들어 파죽지세로 국내 빅테크 기업을 선도했던 카카오가 수년 새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정치권의 금융플랫폼 규제 리스크가 부각하며 최근 수개월간의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며 카카오에 대한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장 대비 4500원(3.91%) 오른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의 반등이지만, 전날 하락폭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지난 6월24일 기록한 장중 고점(17만3000원) 대비로는 30.9% 뒷걸음한 수준이다. 액면분할 당일인 지난 4월15일 주가(12만500원)보다도 밑돈다.

카카오 주가가 속절없어지기 시작한 것은 단 2주에 불과하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행위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 시정을 요구했다.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금융플랫폼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상이 되기에 금융회사처럼 금융위에 등록·인허가를 받아야 한는 것이다. 

이튿날 여당은 "카카오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 문제가 숨어있다"고 지적, 전방위 규제 움직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투자심리는 겉잡을 수 없이 식었다. 

카카오의 최근 한 달 주가 추이
카카오의 최근 한 달 주가 추이

정부·여당발(發) 규제 직격탄을 맞기 전인 7일 15만4000원이던 카카오의 주가는 10거래일 만에 22.4% 급락했다. 대형주로서 단기간 매우 이례적 급락이다. 68조485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5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거래일마다 평균 1조5000억원대 증발한 셈으로, 시총 순위도 4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이 기간 외국인은 카카오의 주식을 무려 1조630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순매도 종목 1위를 기록했다. 2~4위 네이버(3950억원)와 카카오뱅크(3560억원), 현대중공업(2374억원)을 합한 규모를 웃돈다. 기관도 426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주가 급락에 일조했다. 반면 개인은 주가 바닥이라 여기고 1조4700억원어치 저가 매수에 나섰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규제 리스크가 당분간 상존할 것이라며 카카오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모빌리티 사업 부분 요금인상 우려 해소 △골목상권 보호 △3000억원 소상공인·사업파트너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투심은 요지부동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핀테크 자회사의 일부 보험 중개 서비스 중단과 모빌리티의 수익모델 조정으로 신사업의 수익화 일정이 다소 늦춰질 전망"이라며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밸류체인 전체로 빠르게 사업 영역을 확대해가던 기존의 사업 젂략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도입함으로써 포기한 사업에 대한 수익 보전이 가능하겠지만, 매출과 이익 성장 속도는 다소 느려질 것"이라며 "시장은 카카오의 선제적 책임 강화안 발표로 규제 이슈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가맹 택시 수수료와 배차 집중, 지배구조 등 이슈가 남아있는 만큼 리스크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플랫폼 사업 규제 영향을 감안, 목표주가를 기존 18만2000원에서 15만원으로 17.6% 낮췄다. 성종화 연구원은 "모빌리티, 테크핀 등 카카오 주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다른 여러 플랫폼 사업들까지도 사업의 범위, 깊이,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가치 하향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 규제 이슈 발동 이후 카카오의 주가 조정은 단순히 심리적 조정은 아니며, 상당 부분 구조적이고 부득이한 조정"이라면서 "이후 주가가 30%가량 조정을 거쳤음에도 규제 이슈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방향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규제 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성장성은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노이즈는 단시일 내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최소 국감 일정이 종료되는 내달까지는 인터넷 섹터를 짓누를 것"이라면서도 "인터넷 기업들의 장기 성장 스토리가 훼손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오동환 연구원은 "아직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광고와 게임, 커머스 부분은 구조적 성장이 지속되는 만큼 카카오 전체의 영업이익 성장세는 규제 이슈와 무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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