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배팅한 기관·외인 vs 곱버스 사들인 개미···승자는?
삼성전자 배팅한 기관·외인 vs 곱버스 사들인 개미···승자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8월 들어 5거래일 동안 1조7641억원의 물량을 쏟아내면서 삼성전자를 순매도 1위 종목에 올려놓고 있다. 그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던 삼성전자 주가가 소폭 반등하자 기다림에 지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물량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대신 증시 하락장에 배팅하는 '곱버스'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순매수하며 개인투자자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5거래일간 개인은 삼성전자를 1조7천64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 누적 순매도금액 1위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지난 7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2조4천1억원 순매수한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직전 주인 7월 26∼30일에도 개인은 삼성전자를 7천9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순매수를 이어왔다. 기관은 2일(2천53억), 3일(1300억), 4일(2천949억) 5일(1400억) 등 최근 4거래일간 삼성전자를 77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외국인 역시 이달 3일(6975억), 4일(6370억) 등 순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일일 순매수 규모가 2천억대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대량 매수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에 지난해 연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 연초 9만6800원까지 찍었지만,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달 29일 7만9000원대까지 밀렸다.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지난주 삼성전자 주가는 약 10여일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다. 이달 4일에는 5월 10일(8만3천200원) 이후 최고치인 8만2천900원으로 마감했다. 일일 주가 상승률도 지난 3일 2.65%로, 올해 2월 25일(4.02%)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의 최근 상승세는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다시 업황 개선 기대가 부각되고 있는데다가 비메모리 부문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9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할 경우 반도체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전망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매도하고 증시 하락장에 배팅하는 '곱버스'를 사들였다.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개인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천2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개인 누적 순매수 금액 1위에 올랐다. 순매수 규모에서 포스코(1천517억원), 카카오(1천96억원), SK이노베이션(881억원), 현대차(705억원) 등 대형주를 앞질렀다.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명 ' 곱버스'로 불린다. 인버스 ETF는 풋옵션 매수, 주가지수선물 매도 등을 통해 지수 하락에 반비례해 수익을 낸다. 이름에 '2X'가 붙으면 기초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인버스 상품, 특히 '곱버스'에 돈이 몰리면 그만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예상과 달리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를 지속하거나 미 중앙은행(연준)의 긴축이 늦춰질 경우, 이처럼 하락장에 배팅하는 곱버스의 수익률은 저조할 수도 있다. 일부 비둘기파적 연준 위원들은 테이퍼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증시 조정은 추후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9일 애틀란타 연은 총재와 리치몬드 연은 총재의 발언이 예정됐다"며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다소 매파적인 성향을 보이나,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비둘기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연준의 테이퍼링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