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이탈에 은행권도 '수수료 면제' 고육책···수익률은 어쩌나?
IRP 이탈에 은행권도 '수수료 면제' 고육책···수익률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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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IRP 점유율 확대에 부산銀 등 '수수료 면제' 확산
수수료 면제만으로 한계, 수익률 제고 묘책없어 '속앓이'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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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권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증권사들이 높은 수익률, 각종 혜택 공세를 내세우며 IRP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치자, 기존에 우위를 점하고 있던 은행권에서도 '수수료 면제' 카드가 등장했다. '집토끼 잡기' 전략의 일환이다.

수수료 정책 변화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IRP 고객들이 대거 증권사로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대다수 은행이 내부적으로 수수료 면제 또는 인하를 검토하는 눈치다.

지난 3일 BNK부산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IRP 가입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사들은 IRP 계좌에 대해 연간 0.5% 내외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를 모두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수수료 면제 시행은 은행권에선 처음이다.

그간 캐시백, 선물 증정 이벤트 등 마케팅을 통해 방어에 집중했던 은행권에서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 건 자칫하다가는 IRP 시장이 증권사 중심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은행이 IRP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높은 수익률 등을 앞세운 증권사의 고객 흡수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IRP 시장에서 은행권 점유율은 지난해 말 69.3%에서 올해 2분기 67.7%로 낮아진 반면, 증권사는 같은 기간 21.9%에서 2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IRP 적립금 증가율은 증권업계가 은행권의 2배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기세를 몰아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수료 혜택이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각종 수수료를 없앤 다이렉트 IRP를 내놓더니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잇따라 IRP 수수료를 없앴다. 여기에 국내 주식 쿠폰이나 커피 쿠폰 등의 혜택은 덤이다.

수익률 면에서도 은행보다 증권사가 크게 앞서 있다는 점 역시 은행권의 불안 요인이다. 올 2분기 기준 우리은행(3.98%), 국민은행(5.01%), 신한은행(5.10%), 하나은행(5.25%), 농협은행(3.28%) 등 5대 은행의 평균 수익률은 4.5% 수준으로, 10% 안팎인 금융투자업계 평균 수익률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수익을 중요시하는 고객들이 최근 은행을 떠나 증권사에 밀물처럼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감이 커지자 은행들도 고육지책으로 수수료 정책 수정에 돌입했다. 당장 증권사처럼 수수료 '제로' 경쟁을 벌이는 건 힘들다면서도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상품 매매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대체할 수 있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은 기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면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면서 "다만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수료 면에서 다각적으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수수료 정책을 고심 중"이라며 "일부를 면제할 것인지, 증권사처럼 전액을 면제할 것인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이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률에 따라 머니무브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익률 제고 방안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는 IRP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 상품을 직접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권과의 수익률 차이가 큰 것"이라며 "자금 이동을 막으려면 궁극적인 수익률 제고 방안과 함께 채권형 ETF 편입 등의 제도적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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