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시장, 토종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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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 지분 매각 추진說 
외국계 시장 독점 '신호탄?'
 
[서울파이낸스 이광호 기자]<lkhhtl@seoulfn.com>한국신용평가정보의 자회사인 한국신용평가 매각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토종 신용평가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신평정보의 대주주인 다우기술이 한신평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평정보 장도중 노조위원장은 "한신평정보가 '50%-1'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다우기술의 한신평정보 경영권 간섭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다우기술은 한신평정보 신사업 추진자금의 재원으로 한신평 지분 매각을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신평 지분 매각 논란의 이면에는 매우 중요한 깔려 있다"며 "다우기술이 신용정보 관련 법률 및 공정거래 관련 법률의 규제를 받지 않고 한신평정보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은 한신평 지분을 매각하는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언론을 통해서도 수차례 언급했듯이 다우기술은 지난 2001년 8월 금융감독원에 한신평정보 경영불간섭 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경영불간섭 각서 위반이라는 지적없이 한신평정보의 경영권 장악을 할 수 있는 길은 한신평정보로 하여금 한신평 지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하는 모양새를 취하도록 대주주의 압력을 행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신평정보의 신규사업 추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한신평 지분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하려 하고 있는 것. 이를 입증하듯 한신평정보의 대규모 신사업 추진 건마다 한신평 지분매각 문제가 항상 논의돼 온게 사실이다.

한신평 지분 매각은 단순히 우량 계열사 처분을 통한 내부적인 자금확보 차원의 의미가 아닌 대주주의 사적인 이익 추구 뿐만 아니라 신용평가시장 내부에 대한 국내기업들에 미치는 여러 가지 악영향을 생각한다면, 그 심각성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신평의 지분매각 대상으로 거론 되는 곳은 외국계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이미 지분 50%+1주를 확보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 매각의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다.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다면 외국계 신용평가사가 100%주식을 확보한 첫 사례가 되며, 이는 사실상 토종 신용평가시장이 외국계 독점 지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간 피치, S&P 등은 한국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국신용평가 외에도 피치가 한국기업평가에 기존 지분(5.8%)에 2007년 3월 추가 지분(47.5%)을 확보해 53.3%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신평 지분이 무디스에 매각될 경우, 피치도 한기평의 나머지 지분을 추가 인수하려고 할 것이고, S&P는 한신정평가 지분을 인수해 한국신용평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 신용평가시장은 외국계로 재편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신용평가업무가 외국계로 종속될 경우, 신용평가의 핵심적 요소인 국내기업의 영업비밀 등 비밀정보의 해외 유출 우려가 매우 크고 이는 금융시장의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900억대의 신용평가시장이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이후, 향후 여러 나라와의 FTA 체결 시에는 국내신용평가시장이 현재 시장보다 몇 배이상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금 무디스를 비롯한 외국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국내 신용평가사 경영권 인수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신평 지분 매각도 무디스의 시장선점을 위한 이해관계와 다우기술의 한신평정보의 경영권 장악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한신평 지분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외국계의 신용평가 시장잠식에 따른 부작용은 가까운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일본은 1980년대 중반 신용평가업의 허가제를 폐지했는데, 지금은 S&P와 무디스 등 외국계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자산유동화증권(ABS) 등급 결정 등 중요하고 수익성 있는 업무는 외국사의 독무대로 변했고, 일본 신용평가사는 단순 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 시장의 빗장을 열어주는 것은 투자은행(IB) 시장을 외국계에 내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해외 신용평가사가 직접 진입하게 되면 신용평가업계뿐 아니라 산업·금융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시장이 성장하는 IB의 경우 신용평가 업무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데, 자통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시장 상당부분을 외국계에 빼앗길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신평정보의 지분 매각 문제는 한신평정보 내부의 문제 뿐만이 아닌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외국계 종속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985년 국내신용평가 및 신용정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로 한국신용평가를 설립한지 18년이 지난 지금, 일반 개인기업의 경영권 장악이라는 사익 추구로 한국신용평가시장이 외국계로 재편된다면 지난 오랜 시간 신용정보산업 육성과 신용사회 구현을 위해 쏟은 시간이 모두 허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이광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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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말입니다. 2008-02-04 00:00:00
신용평가시장을 외국에게 내주게 되면 완전히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을 갖고 놀게 됩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맘대로 농락을 하게 됩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혼을 빼
놓은 일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미친 짖을 하는 당국자가 누굽니까? 또 언론은 왜 조용합니까?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이광호기자님의 예리한 눈에 찬사를 보닙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서정희 2008-02-04 00:00:00
<빠르고깊이있는금융경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