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신발산업 부흥 이끈 '거목'···파란만장 故 박연차 회장
맨손으로 신발산업 부흥 이끈 '거목'···파란만장 故 박연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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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사진=연합뉴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신발업계 부흥기를 이끈 '신발산업 거목'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31일 향년 75세로 별세했다.

박 회장은 지병으로 그간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며칠 새 병새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 측은 "항상 임직원과 유대와 신뢰를 강조해온 회장님은 눈을 감으시는 순간에도 태광실업이 더욱 번창하리라는 믿음을 전했다"며 "태광실업이라는 지붕아래서 여러분들과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셨다는 말씀도 남기셨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1945년 11월 경북 밀양시 산골짜기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나 어려운 성장기를 보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1966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자원입대해 1968년까지 44개월간 복무했다. 파병 시절 사업에 대한 흥미와 재능를 발견하면서 1971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창업해 사업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80년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하고 임종 직전까지 50여년 간 그룹 경영에 힘을 쏟았다.

고인은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뢰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신발산업 부흥기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태광실업의 모태회사인 정일산업은 초기 가내 수공업 형태로 출발해 신발 완제품 협력업체였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신발 완성품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주력 수출산업으로 신발산업이 떠오르면서 태광실업도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1987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거래를 시작하면서 고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1994년에는 신발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법인 태광비나실업을 세웠고, 1995년에는 중국 공장을 설립했다.

태광실업의 성장은 2000년대 초 본격화했다. 박 회장은 2007년 베트남 현지법인 태광비나 공장을 증설하고 베트남목바이 공장을 신설하는 등 생산설비를 확충했다. 이에 따라 한국보다 싼 베트남 현지인 임금을 바탕으로 납품단가와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성과로 2000년 주베트남 대사관 명예총영사를 역임했다. 2003년 김해와 하노이를 오가는 베트남 직항로 개설에도 박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박 회장은 한·베 양국 교류 협력 증진에도 기여하며 기업가로서만이 아닌 민간 외교관으로서도 활약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 시기 박 회장은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2006년)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2년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정산인터내셔널 설립, 2014년 정산애강(前 애강리메텍) 인수 등을 거치며 태광실업그룹을 매출 3.8조, 임직원 10만여명 규모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사단법인 국제장애인협의회 부회장,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 제5대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6~8대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도 힘썼다.

빈소는 고인의 자택이 있는 경남 김해 조은금강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 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 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면서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박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졌다. 이명박 정권 당시 박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정황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가 드러나기도 했다. ‘박연차 게이트’는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사망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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