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人사이드] 차기 우리은행장 '상업 혹은 한일'···임추위의 선택은?
[금융人사이드] 차기 우리은행장 '상업 혹은 한일'···임추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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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은 '한일' 출신 회장이면 '상업' 출신...관건은 '가치' 우선 순위
과점주주 영향력 '계파 갈등' 덮을 수준···"손 회장 의중 가장 중요"
우리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우리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은 전통이 있는 우리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이번엔 상업은행 출신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확정지었으니 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과점 주주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인물의 능력과 됨됨이를 중시해 선임이 이뤄지다보면 이번에는 이같은 관행이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과점주주들이 긍국적으로 원하는 바가 주주가치 제고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손태승 회장과 손발이 맞는 인물, 즉 손 회장의 의중이 은행장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손 회장이 겸직중이던 우리은행장을 분리하고 1월 중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선임할 계획이다.

하마평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올랐던 조운행 우리종금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이동연 우리FIS사장과 은행 내부 인사인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 김정기 영업지원 부문장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조운행 사장이 차기 행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조 사장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할 때 발탁한 인사다. 당시 손 행장은 '조직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상업은행 출신인 그를 영업지원 부문장에 앉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이 때문에 각 은행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가며 행장에 올랐다.

그러다 상업은행 이순우 전 행장 후임으로 또다시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전 행장이 선임되면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광구 전 행장과 경쟁했던 이동건 전 그룹장은 이 전 행장이 그룹장들에 대해 성과를 평가하겠다고 하자 같은 상임이사끼리 무슨 평가를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항명하는 등 퇴임할 때까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손 회장이 행장과 회장을 맡게 되면서 차기 행장에는 상업은행 출신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인사 중 상업은행 출신은 조운행 사장과 김정기 부문장 두 사람이다. 이들은 연령대도 다른 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울 요인도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층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손 회장이 그룹 임추위원장으로 있고,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만큼 내부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함께 경영에 관여하게 된 과점 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의 영향력이 강해진만큼 경영 능력에 따라 행장 선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정부 보유 지분이 아이엠엠 프라이빗 에쿼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 투자사에 매각되면서 민영화됐다.

이 때 지분을 매입한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장동우·노성태·박상용·전지평·정찬형 등 인사로 구성된 현재의 이사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이광구 전 행장의 연임과 손 회장의 행장·회장 선임 등을 의결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사전예고 했음에도 회장 연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제는 은행장 선임 절차에서 계파 갈등보다 이사회의 영향력이 더 커져 임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차기 행장을 추천할 필요가 없다.

특히 우리은행장의 경우 그룹 내 최대 자회사의 수장이면서 차기 회장 직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위치인만큼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더욱 중요한 자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합병이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다 임원 선임 과정에서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커진만큼 임원들끼리 출신 은행을 두고 갈등을 벌일 이유가 없다"며 "결국 얼마나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지가 차기 행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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