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바이오' 뚝심···독자개발 신약 美FDA 승인
최태원 회장 '바이오' 뚝심···독자개발 신약 美FDA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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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SK바이오팜이 독자개발한 뇌전증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통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독자적으로 해내는 성과를 일궈내며 27년 바이오 뚝심이 드디어 첫 결실을 맺게 됐다. 성공확률은 낮지만 혁신신약에 대한 그의 '한우물' 전략이 통한 것이다. 

SK 자회사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SK는 엑스코프리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제2, 제3의 세계적인 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바이오는 고성장, 고부가가 예상돼서 누구나 탐내는 영역이지만 쉽게 발을 들이밀기는 어려운 분야다. 통상 10∼15년이라는 긴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5000∼1만개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단기 재무성과가 중요한 기업에서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없다면 해내기 힘든 일이다. 다른 기업들이 이런 이유로 실패 가능성이 낮은 복제약 사업을 할 때 SK는 혁신 신약개발에 계속 매달렸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에 있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며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라고 구성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나 22일 새벽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FDA 신약승인을 받으며 신약 개발의 꿈이 이뤄졌다. 독자개발 신약 하나 없는 한국에서 '신약 주권'을 향한 의미있는 도전도 시작됐다.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61억달러(약 7조1400억원) 규모에서 2024년까지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1993년 선대 최종현 회장이 대덕연구원에 관련 팀을 꾸리면서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 신약개발 씨앗은 1998년 9월 취임한 최 회장이 이어받아 발아시키고 열매까지 만들어냈다.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사진=SK)<br>
SK㈜ 바이오∙제약 사업 연혁. (사진=SK)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에 비전을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단계를 통합해서 독자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것이었다. 2030년 이후엔 바이오를 그룹의 중심축으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뉜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토록 하고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은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뒀다. 신약개발은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에서 받쳐줘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수천억 규모 투자를 지속했다. 이듬해 SK는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출시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실패를 겪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까지 한 상태였다. 최 회장은 이 때 오히려 미국 연구소를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하는 등 신약 개발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후 SK는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엔 신약개발 사업 조직을 분할해서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SK바이오팜 현지법인이 된 미국 연구소(SK라이프 사이언스)는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토대로 이번에 엑스코프리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에는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도 맡을 예정이다.

SK는 고성장 산업인 의약품 생산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에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서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첫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인수합병(M&A)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6월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이 시작,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의약품 생산사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을 통합해서 SK팜테코를 세웠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SK 신약개발 역사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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