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원안위의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 해임
'석연치 않은' 원안위의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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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대상 아닌 한전이 왜 '원자력이용자'에 포함되나
지난해 감사 임명 당시 신고했는데···이제와서 '결격사유'
지난 8월 개정으로 원안위원 기준 완화···원안법 등 충돌 가능성은?
사진=독자
원안위의 원자력안전기술원 비상임이사 결격 여부 검토안. (사진=독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규제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중 원안위원 결격사유 조항의 입법 취지는 규제대상으로부터 원안위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전문가들이 피규제기관에서 과제를 수탁받는 관행이 만연했고 이들의 원안위원 임명 방지가 목적이었다. 원안위 설치법은 원자력 안전 관리 사항을 규정한 원자력안전법과 연계된다. 

원안위는 지난달 23일 석광훈 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 비상임감사에 당연 퇴직을 통보했다. 녹색연합 소속의 석 전 감사는 지난해 임명 이후 원안위 사무처의 폐단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내부 견제를 받아온 바 있다. 한국전력은 킨스법상 '원자력이용자'에 해당하므로 한전이 발주한 연구과제에 참여한 석 전 감사는 퇴직 대상이라는 것이 원안위 논리다. 그러나 임명 당시 이미 해당 사실을 알렸다는 점과 최근 원안위 설치법 개정,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석연치 않은 해임이라는 지적이다. 

◇ 킨스법과 원안위 설치법, 원안법 규정상 '원자력이용자'

석 전 감사 해임 근거가 된 조항은 킨스법 제 9조의2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 원자력이용자단체로부터 연구개발 과제를 수탁하는 등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2017년 석 전 감사가 한전의 연구과제인 '균등화 발전원가 해외사례 조사 및 시사점 분석'에 참여해 1400만원의 연구비를 수령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석 전 감사에 따르면 원안위원장과 원자력안전국장 등은 7월초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사직을 강요해왔다. 앞서 한 야당 의원이 결격사유를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원안위는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한 '킨스 비상임감사의 결격 여부에 대한 검토' 자료에서 신고리 5·6호기 판결문을 근거로 "원자력이용자를 원안위 규제 대상에 한정하지 않고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 과정에 참여한 모든 자로 광범위하게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한전도 원자력이용자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등 발전 관련 영업과 해외사업을 기관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과연 한전을 현행법상 원자력이용자로 봐야할까. 

킨스법 제9조의2는 2017년 원안위 설치법의 원안위원 결격사유에 의거돼 신설됐다. 해당 조항은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5호를 그대로 가져왔고, 원자력이용자도 원안위 설치법 해당 조항 범위에 근거한다. 

원안위 설치법 제12조 5호는 원자력이용자의 허가·재허가·인가·승인·등록·취소 등에 관한 사항을 원안위 심의의결 사항으로 적시, 규제대상 이용자가 원안위법 적용대상임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2조에도 "원안위는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행에 노력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즉 원자력이용이란 '원전규제의 대상이 되는' 원자력이용이라는 설명이다.

원자력이용의 구체적인 범위는 원자력안전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안법과 그 시행령은 원자력이용의 범위를 총 8종의 원자력이용시설로 제시한다. 원안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원자력이용시설이란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핵연료주기시설 △핵물질의 사용시설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사용·분배·저장·보관·처리·배출시설 △방사선발생장치 및 그 부대시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시설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저장시설이 포함된다.

원안위 설치법은 '원자력이용자'를 원자력안전규제 대상으로, 원안법과 시행령은 원자력이용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8종시설 운영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전 수출과 바라카 원전 주계약자, 직제규정 등을 판단했을 때 한전을 원자력이용자로 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면서 "의원실 등에서 문제 제기한 이후 신고리 5·6호기 판결문 등 검토를 다시 했다. 이전에는 한전을 원자력이용자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원자력이용자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결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지만 원자력이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대학·병원·연구소)는 원자력이용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안위 설치법 취지를 넘은 확대 해석은 배제해야 한다는 이유다. 원자력이용자에 한전이 포함되는 것은 당초 입법 취지를 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안위 사무처에게는 석 전 감사의 존재 자체가 불편했을 것"이라면서 "원안위가 자문을 의뢰했다는 법무공단에서는 원안위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해석했다는 의견을 덧붙인 것으로 알고있다. 이는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라고 말했다. 

◇ 신고리 5·6호기 1심 판결문의 '결격사유' 취지는?

원안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의 경우 특히 중요한 해석 기준"이라면서 "만약 신고리 5·6호기 판결 결과 등이 나오기 전이었다면 한전의 원자력이용자 포함 여부가 다르게 판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1심 판결에는 건설허가 심의에 참여한 조성경, 정재준 원안위원의 결격사유에 대한 판결이 포함됐다. 법원은 한수원의 원전부지선정사업에 참여한 조 위원을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봤고, 원자력연구원의 연구과제를 수탁한 정 위원도 원연이 '핵연료주기시설'을 운영하는 원자력이용자라는 점에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원안위가 인용한 판결문은 "원자력이용자 또는 이용단체는 원자력의 상업적 이용자나 단체로 제한해 해석할 수 없고, 원자력의 연구·개발·생산·이용 등에 관한 모든 이용자나 단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원안위는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한전의 경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원자력이용자에는 포함된다고 봤다. 

그러나 해당 판결은 원자력이용자를 상업적 이용자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규제 대상을 넘어선다는 규정은 판결문 어디에도 없다는 지적이다. 판결문에는 "원안위 설치법 10조 1항의 위원 결격사유에 관한 규정은 규제대상인 원자력이용자나 단체로부터 원안위의 규제업무 수행 공정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원안법 시행령 10조에 의하면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핵연료주기시설 등'은 원자력이용시설에 속하므로 원자력연구원(원연)은 원자력이용자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규제대상이자 방사선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원연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판례는 원안위 설치법과 원안법, 시행령을 근거로 원안위 설치법 결격사유 조항의 원자력이용자가 규제대상, 즉 원자력이용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반면 한전은 원안위 설치법과 원안법, 시행령 등에서 안전규제 대상이 아니다. 원전수출 지원업무는 원안위 설치법과 원안법의 원자력이용에 따른 안전관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석광훈 전 킨스 감사는 "앞서 감사원에서도 원안법 등에 규제 범위가 있는데도 원연 과제 수탁자를 원안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당시 원안위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원안위 설치법상 규제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말했다. 

◇ 산하기관 감사 결격 기준이 상위기관보다 높아져

지난 8월 28일 원안위 설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최근 원안위원의 경우는 결격사유가 완화되는 추세다. 개정 전 원안위법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나 원자력 이용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적 있는 경우'를 위원 결격 사유로 규정했으며, 이미 위원이라면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후 결격사유 해당자는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로부터 연구과제 등을 수탁해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이다. 또 원자력이용자도 발전용, 연구용, 교육용 원자로와 핵주기시설, 방사성폐기물 관련 허가대상 기관으로 한정해 당초 제도보다 범위를 축소했다. 국가연구개발과제 수탁도 결격사유에서 제외시켰다. 

기존보다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각 분야 전문가들의 원안위 참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 개정 취지다. 앞서 결격사유로 인해 위원이 되지 못했던 이병령 대표가 최근 원안위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킨스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았으니 원자력이용자의 범위는 모호하며, 킨스 임원에는 킨스법상 결격사유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안위 설명이다. 이는 상위 기관 소속인 원안위원에 적용되는 결격 사유보다 산하 기관인 킨스 임원의 결격 사유가 더 엄격해지는 셈이다. 이는 향후 킨스법과 원안위 설치법은 물론, 원안법과의 충돌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위원마다 적용되는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도 문제다. 올해 초 국회에서 추천됐던 이병령 위원은 원전 수출 관련 업체 대표라는 이유로 당시 임명되지 못하고 개정 후에야 임명됐다. 원안위 설명대로 석 전 감사도 한전 과제를 수행한 것이 문제였다면 지난해 7월 감사 임명 당시 킨스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한 원안위원의 경우 원연으로부터 수십만원을 받은 사실로 인해 일부에서 결격 사유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원안위는 해당 비용을 다시 돌려줬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킨스가 준정부기관이었기 때문에 원안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지만 올해 2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바뀌면서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다만 킨스법 임원 결격사유도 당초 원안위 설치법에 의거해 제정됐다는 점에서 원안위법 개정에 따라 킨스법 개정도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게 맞다" 말했다. 이어 "법 해석에 이견이 있다면 석 전 감사 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아보면 될 일"이라 덧붙였다.   

석 전 감사는 "과거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 조직이 그대로 규제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부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안위 사무처와 원연의 밀접한 인적 관계는 현재까지 해소가 되지 않고 있다. 3년째 논란이 되고 있는 방폐물 문제도 이같은 구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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