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용후핵연료 관리, 환경공단이 감당 가능할까 
[기자수첩] 사용후핵연료 관리, 환경공단이 감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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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핵종분석 오류에 대해 규제기관이 21일 조사 결과를 내놓은 가운데 이번 사태에 연루된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환경공단을 비롯한 5개 기관이다.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이라면서 쓰레기 분류조차 제대로 못한 셈. 무지와 안일함의 합작품인 이번 사건에 조연은 없다. 방관자 2명과 사기꾼 1명, 사기당한 사실도 몰랐던 2명 등 모두 주연급이 등장한다. 

원자력연구원은 측정값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버티다가 결국 자료를 내놨다. 한수원은 원전 방폐물에는 이상없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연구원에 용역 관리 상태를 문의하거나 사건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다녔다. 각각 방폐물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은 사고가 터지고 나서 움직인 책임이 크다. 

사기당한 2명 중 나머지 1명인 환경공단의 경우 사태 초기 나머지 기관들과는 입장이 달랐다. 지난해 9월 연구원이 자신들의 폐기물 900여 드럼만 잘못 분석됐다고 신고했을 당시 처분기관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 원전 방폐물의 경우 의혹만 제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한수원은 부각되지 않았지만 '연구원 잘못으로 수년간 창고에 불량품을 넣었다'는 식으로 상대적 피해자임을 적극 강조할 수 있었다. 처분기관으로서 교차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사건 초기에는 덮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셈이다.  

무대응 카드를 꺼내드는 곳은 보통 잘못을 크게 저지른 쪽이다. 몸을 낮추고 사태가 조용히 지나가길 기다리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기를 당한 쪽도 조용했다. 현재 방폐물 조사를 위해 발족된 민관합동조사단도 경주 정치권과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자 꾸려졌다. 사건 초기에도 연구원 방폐물만 문제있다고 선을 그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전 폐기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어야 맞지 않을까. 같은 기관, 동일 부서에서 분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올해 초 원전 방폐물 분석에도 문제가 있다는 기술적 근거가 민간에서 제시되면서 관련 기관들은 원안위 조사와는 별도로 해당 내용을 이미 인지했다. 환경공단만 정확히 어느 시점에 파악했는지 불분명하다. 5개월이 지난 현재 각 기관이 '각자도생' 중인 가운데 공단은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도 되지 않은 듯했다. 국가기관이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나올까. 

대책 마련에 나섰던 한 원자력 전문가는 "이사장을 포함해 본부장급 이상은 원전 방폐물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한 달 전에는 본인이 본부장에게 직접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줬다"면서 "간부들이 인지했다면 실무자를 지정해서 상황 파악부터 해야 하는데 윗선에서부터 해결 의지가 없었던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공단 측은 연구원 방폐물과 함께 한수원 폐기물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자신들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강조해왔다. 물론 이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다. 알파와 베타 핵종을 분석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관은 원자력연구원이기 때문에 공단은 '믿고 인수한' 죄밖에 없다. 한수원과 연구원 등 관련 기관에서 어떤 정보가 흘러나오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간부들이 오래전에 인지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공단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 번째, 교차검증 방식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 처분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두 번째, 기관 수뇌부들이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던지 혹은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인지는 추후 가려질 내용이지만 둘 다 문제다. 세 번째, 방폐장 운영 기관으로서 환경공단은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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