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부채 1534.6조원 '사상 최대'···증가규모 4년來 최저
지난해 가계부채 1534.6조원 '사상 최대'···증가규모 4년來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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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대책·DSR 등 정부 대출규제 강화 영향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534조6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증가속도는 현저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보면 4년 만에 100조원을 하회했고, 4분기만 보면 10년 만에 최저 증가폭을 나타냈다. 다만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여전히 웃돌 가능성이 높아 가계빚 증가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8년 4분기말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최대인 153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말(1513조9000억원) 대비 20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4분기 기준 증가액은 전분기(21조5000억원) 및 전년 동기(31조6000억원) 에 비해 모두 축소됐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신용카드·할부금융 등을 통한 외상 구매인 판매신용을 합친 것으로, 사채를 제외한 가계의 모든 부채를 의미한다. 

4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증가규모는 2008년 4분기(10조2000억원) 이후 최저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연중으로는 83조8000억원 늘어 가계부채 급등기인 2014년(66조2000억원)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하회했다. 가계신용은 2014년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따라 2015년 117조8000억원, 2016년 139조4000억원 등 매년 큰폭으로 증가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로 2014년 2분기(5.7%) 이후 최저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둔화세가 지속된 것으로 과거 10년 평균 증가율 8.2%를 하회한 것이다. 

◆"소득 대비 부채비율 여전히 높아" =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늦춰진 것은 정부의 각종 대출규제 정책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안정대책을 내놓으며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무주택자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규제지역에서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10월말에는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도록 은행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규제를 도입해 돈줄을 바짝 죄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빚 증가율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가계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5%로 조사됐다. 부채(가계신용 기준) 증가율이 8.1%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배가량 적은 수치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2분기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6.0%로, 관련 통계가 있는 43개국 가운데 7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 속도는 전분기 대비 0.8%p 상승해 1.0%p의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치명적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적정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 증가율이 최근 몇년간 2~4%대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올해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5.8%로 낮아져 지난해 수준보다는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DSR 시행 전 선수요↑···은행 대출 '쑥' =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444조5000억원, 판매신용 잔액은 90조2000억원이다. 연간으로 보면 가계대출의 경우 74조4000억원(5.4%) 늘어난 것으로 증가규모는 2014년(64조5000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판매신용은 9조4000억원(11.6%) 늘었다.

4분기만 보면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1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8조원) 및 전년 동기(28조8000억원) 대비 모두 축소됐다. 증가폭 감소는 공적금융기관(주택도시기금) 및 보험사·연금기금·여신전문기관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전분기(3조7000억원) 대비 3조4000억원 마이너스(-)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 감소로 방향을 튼 것은 2014년 2분기(-1조6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코스피 등 주식시장이 굉장히 안좋아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하는 신용융자 관련 대출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예금은행은 전분기말 대비 17조2000억원,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3조5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경우 10월말 은행권 DSR 관리지표 도입 전 미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확대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주택담보대출에 속한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가운데, DSR 관리지표 도입 등에 따른 선수요 쏠림 등으로 주택담보대출(10조8000억원)과 기타대출(6조4000억원)이 모두 확대됐다. 

실제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입주물량은 지난해 3분기 10만1000호에서 4분기 13만호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부는 전국 주택전세거래량이 25만3000호에서 28만2000호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문 팀장은 "올해 1분기까지도 아파트 신규입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4분기중 판매신용 증가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카드사, 할부사 등 여신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전분기(3조6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신용카드 관련 판매신용은 축소됐으나 할부금융 판매신용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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