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 농심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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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으로 100개국 이상 수출되는 식품한류 대표주자 '우뚝'
농심 신라면, 신라면블랙 (사진=농심)
농심 신라면, 신라면블랙 (사진=농심)

[서울파이낸스 최유희 기자] 매운맛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은 라면이 있다. 빨간색 비닐 포장지에 매울 '신(辛)'이란 한자가 크게 그려진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농심 설명을 종합하면, 1986년 10월,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임을 내세워 신라면을 내놨다. 농심은 '안성탕면'으로 1985년 시장 1위에 올라선 다음, 확고한 독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라면을 출시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소고기 장국 매운맛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고추 품종을 사들여 매운맛을 실험했다. 단순히 고춧가루에서 비롯되는 매운맛에는 한계가 있는 법. 개발팀은 '매운맛을 좀 더 감칠맛 나게 만드는 다진 양념(일명 다대기)으로 실험해 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내고 당시 유명한 음식점들을 돌면서 확보한 다진 양념을 연구했다.

라면 맛이 스프에 있다면 식감은 면발이 생명이다. 신라면 개발을 위해 만든 실험용 면발도 200여 종류나 됐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하루종일 면만 실험했다. "하루에 평균 세 봉지 정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 양과 온도를 측정하면서 맛을 감별했습니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의 회고다. 신라면은 이렇게 해서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신라면은 출시되자마자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렸다. 출시 첫 해 석 달 동안 30억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1987년 매출은 180억원이 넘었다. 1991년 라면시장 1위에 올라선 신라면은 한 해 국내 판매량만 8억봉에 이른다. 

100개국 이상으로 수출되는 신라면은 식품 한류를 주도하는 대표주자로 꼽힌다. 연간 글로벌 매출은 약 7000억원. 특히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며 해외에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2011년 출시된 신라면블랙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세계무대를 휘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10월 공개한 '글로벌 매운맛 식품 보고서'를 보면, 신라면의 미주 지역 매출이 2015년 6000만달러에서 2016년 6500만달러, 지난해 7600만달러로 늘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농심의 미국 반기 매출은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겼다.

농심 신라면 광고모델 하정우 (사진=농심)
농심 신라면 광고모델 하정우 (사진=농심)

이 같은 실적은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 중심 미국 주류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농심의 지난해 주류시장 매출은 전년에 비해 약 25%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신라면은 지난해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입점했다. 농심은 올해도 코스트코와 크로거를 비롯한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서 신라면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라면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 1위는 일본 동양수산(점유율 46%)이며, 2위는 일청식품(30%), 3위가 농심(15%)이다. 눈여겨볼 점은 성장세다.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지만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른 속도로 일본 업체를 추격하는 모양새다. 

신라면블랙은 미국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에서 봉지 라면으로는 유일하게 팔리고 있다. 아마존고는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이 선보인 세계 첫 무인매장으로, 철저한 판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급 상품을 걸러낸다. 신라면블랙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세계 최대 중국 라면시장에서도 신라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농심의 중국 매출은 20년 만에 40배 늘었다. 신라면 힘이 컸다. 농심은 중국에서 1000여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신라면은 중국 내 공항과 관광명소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신라면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오픈 마켓 타오바오에서 2013년부터 팔리고 있다. 올해 광군제에서 농심은 평소 하루 매출보다 10배 많은 실적을 거뒀다. 신라면은 올해 인민일보 인민망으로부터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도 선정됐다. 

동남아시아에선 신라면블랙 인기가 뜨겁다. 용기면 신라면블랙사발은 지난 5월 대만 내 3000여개 패밀리마트에 입점했다. 대만 1위 대형마트인 까르푸 입점도 앞두고 있다. 필리핀 내 세븐일레븐 2300여개 점포에서 만날 수 있고, 홍콩과 베트남, 태국 등에 대한 수출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한류 신화를 쓰고 있는 농심 辛콤비는 세계를 울리는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과 중국부터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과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스위스 마테호른에서도 신라면 판매가 시작됐다. 

신라면의 인기는 하늘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전 항공사 기내식으로 신라면 공급 체계를 갖췄다. 신라면을 기내식으로 공급하는 외국항공사도 20곳이 넘는다.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외국인 말처럼 한국 라면을 판다고 상상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신라면을 만날 수 있다. 농심은 신라면을 통해 해가 지지 않는 '글로벌 辛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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