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해부-上] 내가 쓰는 전기, 어디서 어떻게 거래되나
[전력시장 해부-上] 내가 쓰는 전기, 어디서 어떻게 거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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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한계가격, 용량요금?···용어부터 생소한 전력시장 거래가격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기상하고 소등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1년 365일을 전기와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블랙아웃'은 재앙이나 다름없지만 평소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생필품을 사듯이 매달 전력을 구매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한다. '전기세'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지만 정확한 명칭은 '전기요금'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징수하는 조세가 아닌 전력이란 상품을 쓴 대가로 지불하는 금전이기 때문이다. 

전기는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닐뿐더러 발전시설 초기 투자비용도 막대하다. 누구나 회사를 설립해 상품 거래가 가능한 일반 시장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전력시장은 통제된 곳이다. 계통한계가격(SMP), 용량가격(CP) 등 이름도 생소한 용어들이 거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최종 소비자는 접근이 불가능한 도매전력시장에서 내가 쓰는 전기는 어떻게 거래되고 있을까. 

◇ '시장' 아닌 '시장' 같은 국내 전력시장

국내 전력시장의 기본 구조는 '변동비 반영 시장(Cost-Based Pool; CBP)'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 등은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에 입찰·판매한다. 한전은 이들이 만든 전기를 전력거래소에서 구매한 후 송·배전망을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판매 목적으로 거래소에 모은다는 의미에서 전력시장은 '풀(Pool)'로 불린다. 전력시장은 통상 발전 부문 비중이 65~70%, 송·배전과 판매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후자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은 송·배전 및 판매사업자다. 

전기사업법 제 31조에 따르면 발전사업자 및 전기판매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 전력거래소라는 일종의 중개인이 개입해 시장을 관리하는 셈이다. 올해 2분기 기준 한전이 도매전력시장을 통해 매입한 전력량은 전체 매입량 중 97.6%다. 

2001년 이전에는 한전이 발전과 송·배전, 판매 사업을 통합 운영하면서 극히 일부의 전력만을 민간 사업자로부터 구입했다. 1999년 전력사업 구조개편에 따라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이 5개 화력사와 1개 원자력사로 분할되고,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지면서 수직 독점적 구조가 현재의 발전경쟁형 모델로 변경됐다. 

발전경쟁형은 발전회사는 다수지만 송·배전과 판매,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단일회사가 전력을 전량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발전사들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는 형태는 계약 혹은 입찰 판매 2가지다. 최종 소비자는 오직 한전을 통해서만 전력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경쟁 시장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전력거래소가 특정 시간대 할당량을 분배하는 등 발전량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각 발전사업자들은 전력시장운영규칙 제 2조에 따라 발전기의 운전비용과 기술적 특성에 대한 기초 자료를 작성해 매 분기 시작 1개월 전까지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 전력 거래가는 '변동비' SMP+'고정비' CP

전력시장에서 거래 가격은 △전력량가격 △용량요금 △부가정산금으로 구성되며 전력량가격은 다시 계통한계가격(System Marginal Cost; SMP)과 변동비,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결정된다.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사들인 한전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때는 이 거래 가격에 추가 조건을 붙여 팔게 된다. 

계통한계가격(SMP)이란 전력시장에서 거래되는 전력의 가격이다.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서는 발전기 자료를 토대로 가격 입찰을 진행하는데 입찰가는 SMP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거래 전날 전력거래소는 다음 날 시간별 전력 수요를 예측한 후 전력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거래 가능한 공급용량을 입찰 받는다.

발전기는 크게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 발전과 나머지 일반 발전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원자력-유연탄-국내탄-복합 발전 등의 순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전력거래소가 전력수요곡선을 기반으로 시간대별 변동비가 가장 낮은 발전기부터 투입하기 때문이다. 즉 저렴한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부터 가동한 뒤 공급이 부족하면 비싼 원료를 쓰는 발전소를 돌린다. 

SMP는 시간대별 입찰량을 바탕으로 가장 전력 생산 비용이 높은 발전기의 변동값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각 발전기의 변동비도 비용평가위에서 매달 발전기별로 결정된다. 투입되는 발전기들은 각자 변동비에 상관없이 해당 시간대의 SMP로 전력값을 정산받는다. 발전소 수익여부는 SMP에 따라 결정된다. 통상 유류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 변동이 SMP 변동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LNG보다 낮은 변동비의 발전기들은 차익만큼 전력판매수익을 얻는다. 

자료=전력거래소 정산규칙해설서
자료=전력거래소 정산규칙해설서

정산규칙해설서에 나온 예를 들면 오전 4시는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원자력과 유연탄·국내탄 발전소만 돌리면 된다. SMP는 해당 시간에 가동된 발전기 중 발전단가가 가장 비싼 국내탄 가격이 기준이 돼 32.67원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높은 오후 4시의 경우 중유 발전기까지 가동되기 때문에 SMP는 142.21원이다. 

SMP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는 국제유가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두바이 유가와 SMP 변동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데 LNG 도입단가가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다만 수 개월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자료=전력거래소
자료=전력거래소

SMP가 변동비 성격이라면 용량요금(Capacity Payment; CP)은 발전소 설비 지원금으로 고정비다. 실제 발전여부와 상관없이 보고된 용량에 따라 지급된다. 변동비만 지급될 경우 발전사의 고정비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설비 투자 유인을 높여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 CP다. 신고 된 공급가능용량에 용량단가를 곱해 정산된다. 

저렴한 원료가 투입되는 발전기부터 돌리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떨어지면 비싼 원료가 들어가는 발전소 가동부터 줄인다. LNG 등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발전소들은 고정비 회수가 어려워진다. 지난 몇 년간 LNG 민간발전사업자들과 정부는 CP 조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왔고, 2016년 정부는 CP를 기존 ㎾h당 7.6원에서 9.6원으로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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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2018-09-13 10:28:1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하편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