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 해부-下] 한전-발전사, 이익 조정 '정산조정계수' 대폭 손질하나
[전력시장 해부-下] 한전-발전사, 이익 조정 '정산조정계수' 대폭 손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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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국내 전력 시장은 표면상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통제 시장이다. 발전사들이 공급 용량만을 입찰하기 때문에 전력거래소를 통해 비싼 발전원의 변동값을 기준으로 거래 가격이 정해진다. 각 발전원은 해당 시간대의 일괄된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전력값을 정산받는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기는 초과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산조정계수'라는 개입이 이뤄진다.

소비자 전기요금이 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계통한계가격으로 전력을 사들이게 되면 손실이 발생한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재무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 정산조정계수다. 그러나 정산조정계수가 한전과 자회사간 이익 배분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과 정보 공개의 불투명함으로 지난 몇 년 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산업부는 정산조정계수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지난 3월부터 내부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한국전력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전력청(CDEEE)과 3780만 달러 규모의 '도미니카공화국 3차 배전 설계조달시공(EPC)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전 직원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배전설비를 신설 및 교체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사진=서울파이낸스DB

◇ 정산조정계수↑: 한전 이익↓·발전자회사 이익↑

전력도매시장의 거래 가격은 △전력량가격 △용량요금(CP) △부가정산금으로 구성되며 전력량가격은 다시 SMP와 변동비,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결정된다. 발전사는 '변동비+(SMP-변동비)x정산조정계수'의 공식에 따라 정산받기 때문에 정산조정계수가 커지면 정산금액도 늘어난다. 정산단가는 일반적으로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줄이면서 발전자회사의 이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산정된다. 

지난 2008년 5월부터 시행된 정산조정계수는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발전의 초과이윤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투자보수율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SMP에 0~1 사이 값을 가지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최종 정산단가를 결정한다. 한전은 해당 수치가 적용된 단가로 전력을 구입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가 올라가면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면서 지급하는 비용이 많아진다. 한전 이익은 감소하지만 자회사 이익은 증가한다. 반면 정산조정이 내려가면 한전 이익은 늘어나지만 발전자회사 이익은 줄어든다. 주목할 부분은 한전과 발전 6사 간 전체 이익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적자에 허덕이던 한전이 박근혜 정부 때는 큰 이익을 냈다. 지난 2015년 저유가와 SMP 하락이 맞물리면서 전력구입비가 감소해 한전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2012년 7월 최고점(185원/kWh)을 기록했던 SMP는 반 토막이 났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판매단가와 구매단가의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당시 한전의 전력구매금액은 전년 대비 3.7조원 감소했고,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발전자회사들의 비중이 3조3700억원으로 7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자회사 이익은 늘리는 반면 개별 영업이익은 줄임으로써 누진제 폐지 여론에 대한 방어용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를 통해 당시 정부가 정산조정계수를 의도적으로 높여옴에 따라 정산단가 상승분이 발전원가 상승분보다 커져 발전공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 전력구매가격이 하락하면 발전자회사의 이익이 줄어야 하지만 오히려 당기순이익이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원자력과 유연탄 발전에 대한 정산단가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 정산조정계수는 어떻게 결정되나···"비공개라 회의록도 없어"

전력 거래 단가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정산조정계수는 어떻게 결정될까. 전력시장 운영규정에 따라 한국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비용평가위는 매월 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한다. 정산조정계수 관련 안건도 이때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결정 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정산조정계수 산정기준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면 부처 승인을 받아 확정이 된다"면서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별도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산업부와 전력거래소에 전원별 정산조정계수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산자부 등은 정산조정계수 산정과정에 대한 내용이 외부공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산단가에 대한 일부 설명 자료만을 제출한 바 있다. 

한 민간발전업계 관계자는 "민간발전사가 정산조정계수에 대해 어떤 의견을 표명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발전공기업의 LNG 부문은 손해가 발생해도 정산조정을 통한 보정을 해주지만 민간발전은 완충 장치 없이 그대로 시장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민간 LNG발전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일정 부분 불공평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산조정계수 관련 회의 자료를 단 한 번도 본적 없다"면서 "국회에서 요청을 해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계에서도 비용평가위 회의는 베일에 쌓여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부 내 정산조정계수 개편 TF팀에는 발전공기업과 학계 관계자 등이 참여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산조정 산정기준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아니고 폐지와 계약거래 방식 도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4년 5월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정부승인 차액계약제도(Vesting Contract; VC)'가 도입됐다. 베스팅 계약은 정부의 승인 하에 발전사와 판매사가 사전에 가격과 거래물량을 고정해 계약하는 제도다. 발전원별 표준원가제를 채택해 거래 가격에 발전원가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전사 간 입장차이로 인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 설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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