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치킨, 청년 인큐베이팅제로 '동반성장' 실천
bhc치킨, 청년 인큐베이팅제로 '동반성장'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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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합격자 봉사활동 마치고 부서 배치, 계약직 아닌 신입사원 대우
박현종 회장, 성과공유 경영 약속 지키고 정부 일자리 정책 발맞춰
지난 2일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최종 합격자들이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BHC)
지난 2일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합격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bhc)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요새 기업들은 스펙부터 경험까지 모든 걸 갖춘 '완성형 인재'를 찾는 것 같아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들에겐 사실상 먼 나라 얘기죠. 취업이 정말 막막하다고 여길 때 좋은 기회를 준 bhc에게 정말 감사해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bhc는 지난 4월 '성과 공유 경영 실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5년여간 빠르게 성장한 만큼, 그 결실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약속을 밝히기 위함이었다. bhc는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위해 청년 인큐베이팅제 운영을 약속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지난 1일 청년 인큐베이팅제 합격자 10명이 bhc에 첫발을 디뎠다. 20대 1 경쟁을 뚫고 뽑힌 이들이다. <서울파이낸스>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bhc 본사 회의실에서 합격자들과 제도 총괄 담당자를 만나 청년인큐베이팅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진짜 경험 쌓게 해주는 프로그램, 신뢰 가요" 

긴장감이 잔뜩 묻어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서는 청년 2명은 지난 1일부터 정식 출근한 이소라(23)씨와 이훈희(30)씨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니, 면접에 임하듯 꼿꼿한 자세로 전공과 소속부서를 알려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취업전선에서 동분서주했을 이들은 어떤 계기로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에 지원하게 됐을까. 

"올 8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어요. 그동안 이력서를 50곳 정도 낸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쓴 맛을 많이 봤어요. 학부 시절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했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시간이 없었거든요. 나를 받아주는 곳이 정말 한 군데도 없나 보다, 좌절감이 몰려오던 때에 마침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공고를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보게 됐어요."(이소라) 

bhc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소라씨와 달리, 이훈희씨는 2014년부터 한국미니스톱, 케이티링커스(KT linkus) 등에서 유통 실무를 짧게나마 경험했다. 특히 케이티링커스에선 인큐베이팅제 같은 방식인 '채용형 인턴'으로 일했다. 

"케이티링커스는 인턴 기간이 끝나면 모두 정직원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인턴 기간이 끝나고 나니 동기들 중 저만 채용 제의를 받았어요. '이건 아니다' 생각이 들어서 박차고 나왔죠.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도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요? 없다고는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2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잖아요. 2년 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대해 배우고 나면, 설령 정직원이 되지 않더라도 이 경험을 토대로 어디서든 제 구실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이훈희)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BHC 본사 회의실에서 청년 인큐베이팅 최종 합격자 이소라(23)씨와 이훈희(30)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BHC)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bhc 본사 회의실에서 청년 인큐베이팅제 최종 합격자 이소라(23)씨와 이훈희(30)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bhc)

봉사활동과 워크숍을 거친 둘은 각자 희망과 적성이 반영된 부서에 배치됐다. 소라씨와 훈희씨는 각각 홍보, 인사총무팀에 들어갔다. 이제 막 입사 열흘 차를 맞은 소감을 물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는데, 제대로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지난 2일 서울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치매 어른신들 식사를 도와드렸죠. bhc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이미지가 더 좋아졌어요. 애초 희망 부서는 가맹점관리(슈퍼바이저)였는데, 인사팀에 와보니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멘토인 주임께 연필꽂이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휴대폰까지 꽂을 수 있는 걸로 마련해주셨어요."(이훈희) 

"아직 입사한 지 정말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이것저것 해보라고 과제를 주셔서 좋아요. 다른 몇몇 기업들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단순 노동만 시키고, 기간을 채우고 나면 얻는 게 없는 경우도 많잖아요. bhc는 계약직이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대우해주고 같은 업무를 하게 해주니까, 이렇게 일을 배우면 행여 다른 곳에 가더라도 배운 걸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요."(이소라) 

두 사람은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보여주기 식 제도가 아니라, 청년들이 진짜 경험을 쌓고 착취당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새 기업들은 학교 성적이나 토익뿐 아니라, 인턴이나 계약직 경험을 갖춘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 해요. 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학교를 다니며 알바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이력이라곤 아웃백, 애슐리 등 외식 매장에서 일한 게 다였죠. 학교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턴제를 추천해줬지만,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을 꼬박 채워 일해도 40만원 밖에 못 받더라고요. 그걸로는 생활이 어려워서 도저히 인턴제에 참여할 엄두가 안 났어요. bhc처럼 일한 것에 대해 제대로 보수를 챙겨주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업들이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이소라)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회의실에서 청년 인큐베이팅제를 총괄하는 김승현 BHC 인사총무팀 과장을 만났다. (사진=BHC)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회의실에서 김승현 인사총무팀 과장이 청년 인큐베이팅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bhc)

◇ "청년과 기업 시너지 내는 프로그램 자리 잡을 것" 

bhc는 지난 4월 성과공유 경영을 선언하면서 3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그 중 2가지가 청년창업 지원과 청년 인큐베이팅제다. bhc가 이처럼 청년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청년 인큐베이팅제를 총괄하는 김승현 bhc 인사총무팀 과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지난 몇 해 동안은 회사 성장이 중요했던 기간이어서 경력직 위주로 채용했고, 신입 공채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박현종 bhc 회장은 이전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죠. 청년 일자리 문제가 계속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고요. 정부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돕고 상생 나눔 경영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이름으로 각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턴제도는 그간 청년들의 좌절감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대로 된 처우를 하지 않거나, 인턴 기간이 만료되면 내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청년 인큐베이팅제가 단순 인턴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bhc만의 특장점이 있어요. 2년간 청년들에게 일반 직원들과 비슷한 업무를 맡기고 현업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선배들과 멘토제를 통해 인간적인 교류도 이어나갈 예정이고요. 각 부서에서 나이차가 크지 않은 선배들을 1:1 멘토로 지정해줬죠. 2년간 일 시키고 나중에 내쫓는 거 아니냐고요? 2년간 회사 특성을 현장에서 익히는 만큼, 계속 같이 일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도 더 좋죠." 

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모집에 몰린 인원은 200여명. bhc는 완벽한 스펙보다 프랜차이즈와 외식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우선 가렸다. 이번 제도를 통해 해당 산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프랜차이즈나 외식업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청년을 뽑았어요. 처음부터 1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다기보다, 취지에 어울리는 사람을 가려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고요. 10명 중 절반은 가맹점관리 쪽에 배치해 치킨을 튀기는 것부터 운영 전반에 걸친 내용을 교육하고 있어요. 나머지 절반은 구매·인사·홍보·재무 등에 배치했습니다. 어떤 회사에나 있는 부서지만, 프랜차이즈 업체 지원 업무 특성이 있기 때문에 특화된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걸로 기대합니다." 

bhc는 청년 인큐베이팅제 도입 첫 해인 만큼, 제도 안정화를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멘토들과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으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고 있어요. 무엇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청년들을 배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죠. 이번 인큐베이팅제 성과가 좋으면 2기도 추가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합니다." 

청년 인큐베이팅제 합격자인 주용규 사원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본사 교육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BHC)
청년 인큐베이팅제 합격자인 주용규 사원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교육장에서 닭고기를 튀기고 있다. (사진=b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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