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뭐했나"…은행 대출금리 조작 책임론 '고개'
"금융당국 뭐했나"…은행 대출금리 조작 책임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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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소비자단체 은행 대출금리 문제 수년간 지적
"책임 피하자?"…금융위·금감원 '미묘한' 시각차
대출을 안내하는 은행 지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출을 안내하는 은행 지점 앞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행권의 대출금리 부당산정이 '고의 조작'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사 사정을 속속들이 잘알고 있을 감독당국이 대출금리 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될 때까지 "뚜렷한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들의 제멋대로 대출금리 산정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됐는데도 이를 방치한 데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약 25억원)·KEB하나은행(약 1억5800만원)·한국씨티은행(약 1100만원)은 가계·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 1만2279건에 대한 금리를 과다산정해 고객으로부터 26억6900만원가량의 이자를 더 챙겼다. 환급액과 건수가 가장 많은 경남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 중 6%에 해당하는 1만2000여건에서 이자 약 25억원을 부당하게 더 받아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이 가계대출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주로 서민층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남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고객수가 적고 대출취급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잘못 계산한 이자가 1만건이 넘어 단순 실수보다 '의도적'으로 금리 조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사유가 무엇이든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 데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향후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직원 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은 논란에서 한발 비껴가며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별도로 환급조치 공문이나 지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은행 창구 직원의 단순 실수로만 여겼던 대출금리 부당산정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대출조작 논란은 채용비리 사태 만큼 심각해 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논란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금융당국 책임론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데는 당국의 감독 소홀도 한 몫했다는 주장이다. 대출금리 피해 우려가 이미 수년전부터 충분히 감지됐음에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시민·소비자단체 등은 은행권의 대출금리(가산금리) 결정 체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더구나 이번 금리산정체계 점검에서 금감원이 점검 시기를 은행들이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제정한 2012년 11월 이후로 설정해 그 이전에 발생한 금리산정 오류에 대해서는 잡아내지 못할 전망이다. 상위법인 상법에 따라 이자환급도 상사채권 소멸 시효인 5년치로 한정지은 데다, 기존 검사대상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금리 조작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금리를 조작한 은행들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환급 절차를 검증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모범규준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시사했음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이 불공정한 행위로 부당하게 대출이자를 더 받은 지 금융소비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시효와 관계없이 환급토록 해야한다"며 "금융당국은 부당하게 받은 이자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징벌적 과태료를 부과시키고, 대출 영업을 정지를 시켜야 하며 관련자는 일벌백계로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미묘한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광범위하게 은행 차원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개별 창구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내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금감원 차원에서 기관 징계 수준의 제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25일 "전체 은행권으로 전수 조사도 검토 중"이라며 "(은행 차원의 조작에 대해) 아직 판단을 못 내렸지만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윤 원장은 최 위원장보다는 좀 더 은행권을 압박하는 발언을 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책임소재를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진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금융위와 금감원 중 한 곳은 진작에 나섰어야 한다"며 "결국 나중엔 금융당국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고 두 기관 사이에서 한동안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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