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재건축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부담금 폭탄에 발만 '동동'
[위기의 재건축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부담금 폭탄에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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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반포현대 충격 여파 호가 내려앉아…시공사 총회 일정도 불확실
3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진희 기자)
3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최근 반포현대 아파트에 통보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이 조합의 제시액보다 월등히 많이 나오면서다.

환수제 사정권에 있는 단지들은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고 있다. 곧 부담금 예상액이 나올 단지는 공포감에 휩싸여 거래가 동결되는가 하면, 반발감을 드러내며 위헌 소송을 진행하거나 아예 사업방향을 선회하는 단지도 눈에 띈다.

당장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다. 조만간 재건축 부담금이 산출·통보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근 반포현대에서의 부담금 충격파가 전해지며 일대는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30일 찾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따뜻해진 날씨를 만끽하는 듯 편안한 옷차림의 주민들이 가득한 단지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주변 중개업소에서 들은 속 사정은 이전과 다른 '살얼음판'이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부담금이 현실화되자 조합원과 실수요·투자수요 모두 움츠러들었다는 중개업자가 대다수다.

단지 인근의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환수제 적용이 확정된 후에도 거래가를 묻는 사람이 종종 있었는데, 반포현대에 당초 예상보다 16배나 많은 부담금이 통보된 후에는 문의 전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이곳 조합원들이나 수요자의 충격이 생각보다 더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내달 총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을 맺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한 달 안으로 해당 구청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 산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구청은 자료를 받은 후 30일 안에 산정된 예정액을 조합에 통지하게 된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단지내 상가에 위치한 재건축 조합 사무실. (사진=이진희 기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단지내 상가에 위치한 재건축 조합 사무실. (사진=이진희 기자)

억대 부담금 통보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호가도 내려앉았다. 지난 1월 19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72㎡는 현재 17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4개월여 만에 2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인데, 비슷한 몸값의 다른 매물도 얼어붙은 거래상황을 대변하듯 전부 '급매'라는 단어가 붙었다. 

인근의 또다른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22평짜리 물건은 전세 2억5000만원 안고 18억원에 거래 가능하다"며 "최근에 1억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문의주는 손님에게 향후 부담금이 1억5000만원 나올 것 같다고 답변하긴 하는데 확실치 않은 탓에 다들 거래를 꺼려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단지 곳곳에선 재건축에 대한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모습도 보인다. 정부 규제에 따라 재건축 소유주는 1주택 장기 보유자(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를 제외하고 아파트를 처분(조합원 지위 양도)할 수 없는 상태여서 조합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단지 내 상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오래전부터 실거주 목적으로 살아온 만큼, 재건축을 꼭 해야하나 싶다"면서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낼 정도로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제는 팔지도 못하는데, 진작 팔고 나갈 걸 그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 일정도 불확실해졌다. 6월 중순 자리를 마련키로 했지만, 부담금 논란때문인지 아직까지 공고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단지 내 상가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조합이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한 걸로 안다. 지금 현대산업개발하고 막바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부담금에 대한 얘기도 진지하게 오가는 것 같다"며 "중개업자들은 일정이 조금 미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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