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원칙론' 재확인…한국GM 지원 협상에 영향 미칠 듯
산업은행 '원칙론' 재확인…한국GM 지원 협상에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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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산업은행의 '원칙론'이 재확인됐다.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한국GM에 대한 지원 협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산업은행은 STX조선 처리 방안과 관련, 노조가 자구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환율 하락과 자재 단가 인상 등 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향후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인 자구계획도 확보할 수 없게 됐다"며 "이미 발표된 방침대로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법정관리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STX조선은 지난달 8일 중견 조선사 처리방안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수주 물량이 끊겨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성동조선과 달리 11척의 수주 물량을 확보해두고 있었고, 적게나마 현금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STX조선은 앞서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이자비용 면제·상환유예 조치로 유동성 외에 추가적인 재무 관리 요소가 없고, 지난 2월말 기준 가용자금도 1475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일정기간 독자경영이 가능했다.

특히 컨설팅 결과에서도 중견조선사 두 곳이 한꺼번에 문을 닫을 경우 중형 선박을 국내에서 수주할 곳이 없어지는 등 조선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어 생존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원칙을 고수했다. 자구안 제출 시한이었던 9일 자정을 1시간 조금 넘긴 시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

산업은행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동안 STX조선 노사가 합의안을 갖고 오면 검토해 보겠다고는 하지만 컨설팅 결과 이상의 감축 방안이 아니라면 법정관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STX조선 노사는 생산직 근로자 75% 감축 부분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무급휴가 등을 제안하며 인력 감축 없이 인건비 감축을 제안했지만 사측은 산업은행 등이 요구하는 취지와는 맞지 않다며 감축을 주장해왔다.

산업은행의 원칙론을 확인한 현 상황에서는 사측의 주장대로 받아들여져야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 보장되는 등 STX조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단 자구안이 제출되면 컨설팅 보고서에 제시된 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얼마만큼의 유의한 의미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서도 원칙론을 지켰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직원 인건비가 밀릴만큼 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해외매각 등의 안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법정관리는 피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합의했다.

다만 금호타이어 노사가 산업은행이 제시한 시일 내 합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의지가 어느정도인지 확인할 길 없었다. 그러다 이번 STX조선 처리 방안에서 명확하게 확인됐다.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곧 이어질 한국GM에 대한 지원 방안에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이달말 마무리하고 GM본사와 지원방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려온 차입금 27억달러(약2조9000억원)와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투입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핵심자료 부분에서 GM본사와 아직 협조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한국GM 노사간 임금단체협상도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원칙론대로라면 현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한국GM 지원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산업은행은 원칙대로 한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며 "향후 한국GM 지원 방안에서도 원칙론을 적용해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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