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여야의원들이 장·차관들과 기업인들을 줄줄이 세워 놓고 호통을 친다. 무슨 대답을 하던 서릿발 치듯 매서운 눈빛에 말 자르기는 필수다.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에 식상한 질의가 이어진다.

피감 기관장들의 "죄송하다", "적극 시정 하겠다", "의원님의 지적 사항을 검토해보겠다"라는 답변을 듣기가 힘들어지면 그날 국감도 얼추 마무리 된다.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다 그냥 돌아간 기업인들도 이젠 흔한 풍경이다.

국감은 많은 의원들에게 '대목 장사'로 여겨진다고 한다. 날카로운 송곳 질의와 화끈한 한방을 터트리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단숨에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국감'을 내세우면서도 '막말 국감'·'갑질 국감'이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의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7분으로 다소 짧아 대부분을 질의에 할애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감이 정부 정책과 사업을 견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도구인 만큼 단순한 요식행위로 끝나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피감 기관장들이나 단체장들이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사항이 상임위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는 확인하는 의원이 드문 것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일례로 매년 국감에서 증권사들의 '돈 놀이' 문제는 단골 소재였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도 높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자 부과방식이 각사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한 여당의원의 고금리 이자율 질타에 금융감독원은 "불공정한 측면이 없는지 살펴 보겠다"는 역시나 판에 박힌 답변 이후,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했다.

또 상장 기업들의 공시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국감에 자주 등장한다. 공시 위반 행위를 저지른 기업들은 크게 늘고 있는데 절반가량을 경징계 조치만 하고 있고, 적발 건도 다소 줄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은 "공시위반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이 호통이나 면박주기에 급급할 뿐 후속 조치에 대해 끝까지 챙기지 않다보니 수많은 문제 제기가 흐지부지 덮이고 마는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국감 무용론이나 국감 개혁론이 올해 국감에서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