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제 신축 운용…경기회복세 지속 전제"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물가가 낮더라도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정체에도 점진적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고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경기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완화 정도의 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인재개발연구원에서 출입기자단과 가진 워크샵에서 "사실상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견실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근원 물가상승률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도 경기와 물가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을 두고 미스테리라고 할 정도로 주요국의 공통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낮은 물가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한은이 채택한 물가안정목표제는 신축적 물가목표제"라며 "중기 시계에서 물가흐름에 중심을 두고 비록 현재는 물가 수준이 목표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중기적 흐름이 목표 범위에 든다면 경기라든지 금융안정에 포커스를 두고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원리에 입각하면 지금의 물가상승률이 비록 낮다 하더라도 중기적 시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되고, 경기회복세가 지속된다면 완화정도의 조정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정책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해나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레버리지가 확대되면서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어서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할 떄까지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옐런 의장의 말을 인용하며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 총재는 "두세달 전에 드린 메시지와 달라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선 총재 인사말에서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달에서 더 나아가 어떤 메시지를 줄 여건은 아니다"라며 "불확실한 대외여건이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는 19일 금통위까지 국내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보고 올해와 내년에 대한 새로운 경제전망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우리나라가 경기회복에도 물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는 원인은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기업 중심의 성장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있어 노동생산성 향상이 상당히 둔화됐고, 저임금의 기간제 근로자나 고령층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나 고용과 임금 간의 관계가 약화됐다"며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면서 국내외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도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경기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성장세가 수출과 설비투자가 주도하고 있어 물가의 파급 효과가 소비주도 성장보다는 작다"며 "아직도 유휴생산능력이 존재하는 점 등의 경기적 요인도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과 물가 간의 관계를 약화하는 이런 구조적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옐런 의장이 밝혔듯 시차가 있곘지만 성장세가 지속되면 유휴생산능력도 해소되고 물가 오름세를 제약했던 요인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