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 유통②] 中 사드 후폭풍, 롯데·면세점 등 직격탄
[2017년 상반기 유통②] 中 사드 후폭풍, 롯데·면세점 등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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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5일 중국 허난성 신정시 완지아 도매시장 앞에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이 중장비로 짓밟히고 있는 모습. (사진=웨이보)

中, 사드 부지 제공한 롯데에 집중 공격…롯데쇼핑 3600억원 수혈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 2월 27일 소유하고 있던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겠다고 결정했다. 발표 다음 날인 28일 롯데그룹 중국 공식 홈페이지는 해킹으로 마비됐고 3월 1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4개국 언어로 제공하는 롯데인터넷면세점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차단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게 시작이었다. 이후 중국 당국은 현지에 있는 롯데마트 99개 점포에 불시 소방점검을 진행했고 일방적으로 74개 점포에 한 달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어 중국 내 반한 정서가 깊어지자 롯데마트는 13개 점포를 자율휴업 조치했다.

현재 롯데마트는 소방점검 당시 지적받은 사항들을 모두 개선한 뒤 중국 당국에 현장점검 및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기관은 넉 달째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영업정지는 풀리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또 롯데마트는 영업하고 있지 않은 중국 매장의 직원들에게 꾸준히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추가 문제를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다. 업계는 이로 인해 3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이사회를 통해 2300억원의 증자와 1300억원의 차입을 결의하면서 총 3600억원을 긴급수혈하기로 했다. 중국에서의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였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롯데마트 외 '선양 롯데타운'에도 이어졌다. 해당 사업은 7개의 롯데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총 3조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4년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를 오픈했고 이어 2019년까지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오피스, 아파트 등을 건설하며 롯데타운을 완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아직까지도 공사를 전면 중단시킨 상태다.

▲ 이마트 중국 사업 현황. 단위:억원. (자료=IR)

유통기업 무덤 된 中 시장…이마트·홈쇼핑 등 무더기 철수

1997년 중국시장에 자력으로 진출한 이마트는 20년 만에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이마트는 2004년 중국에 2호점을 오픈하며 2010년까지 점포 수를 26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적자였다. 2011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11개 점포를 매각했다. 2013년까지 16개 점포를 유지해오다 2014년 10개, 2015년 8개, 2017년 6개 점포만을 남겨뒀다. 영업손실 규모는 2014년 440억원, 2015년 351억원 2016년 216억원 등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6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고, 2011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도 '기회의 땅'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중국 진출 지역 3곳 중 산둥과 윈난 2곳의 운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헤이룽장성과 허난성 운영권을 매각한 지 6년 만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지난 4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이후 정상적으로 방송 송출을 못 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현지 합작사인 가유홈쇼핑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사업 종료를 요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도 사업 초기 49%에 달하던 동방CJ의 지분을 15% 수준으로 낮췄다. 동방CJ 유상증자에서 CJ오쇼핑이 배제되며 지분율이 27%로 줄었고, 이후 합작사에 지분 11%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 지난 3월 23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내부 모습.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태희 기자).

사드 보복에 힘겨운 면세점…연봉 반납에 매장 축소까지

사드 보복은 중국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3월 15일을 기점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면세업계가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5만335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1% 급감했다. 4월 역시 66%의 감소율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면세점 업계는 사드 보복 이후 평균 15%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3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평년 대비 매출이 10~20%가량 줄었고, 갤러리아면세점은 20%,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15% 하락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하루 평균 매출이 사드 이후 8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관광금지령 때문에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내국인 마케팅을 강화했다"며 "자체적으로 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면세점 업체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임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연봉 10%를 자진 반납했으며 부장과 차장급 중간관리자들은 2월부터 상여금 규모를 800%에서 700%로 축소했다.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소속 직원들도 연봉 자진반납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또 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은 특허권을 제주공항공사에 반납하기로 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임대료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한화갤러리아의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역시 팀장급 간부 사원과 임원 40여 명의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면세점에서 연봉 반납은 창립 37년 만에 처음이다. 장선욱 대표이사는 사내게시판에 직접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야간 '올빼미 쇼핑'을 강조했던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밤 11시로 축소했다. 영업면적 역시 9개 층에서 7개 층으로 축소했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SM면세점 역시 총 6개 층을 운영하다가 2개 층의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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