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상반기 유통①] 치솟는 식탁물가…미세먼지 관련 상품 특수
[2017년 상반기 유통①] 치솟는 식탁물가…미세먼지 관련 상품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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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유통업계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로 다소 험난하게 시작했다. 사드 보복의 주 타깃이 된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큰 손실을 봤으며 이마트와 홈쇼핑 업체들은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면세업계는 본격 허리띠 조르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통업계는 새 정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고 소비자들은 지속된 가뭄과 미세먼지 등으로 시름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10대 주요 이슈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 지난 1월 23일 롯데마트 청량리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얀계란'의 모습. (사진=김태희 기자).

미국산에 이어 태국산 계란까지 등장…잡히지 않는 가격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지난해 11월 AI가 발생하면서 국내 946개 농가에서 가금류 978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대형마트들은 '1인 1판'이라는 구매 제한을 두기도 했다.

계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지난 1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생산된 계란 600만개 수입을 결정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가 유일하게 미국산 계란을 판매했다. 상품명은 '하얀계란'이었으며 물량은 총 150만개, 가격은 8490원이었다.

미국산 계란이 공급되면서 가격이 조금 인하되는 듯했으나 3월 초 미국 내에서도 AI가 발병하면서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당시 전국의 학교가 개학하면서 급식이 시작되는 시기였고 계란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은 다시 치솟았다. 결국 정부는 비축 물량을 풀어내며 수급 완화에 나섰다.

5월 13일 가금류 전국 이동제한이 풀리면서 AI 사태 종국을 맞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23일 만에 다시 군산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제주, 경기, 충남, 전북, 경남, 부산 등 전국 6개 시도에 재확산됐다.

이에 정부는 태국산 계란 수입을 결정했다. 매주 200만개를 수입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97만개만 국내에 들어온 상태다. 태국산 계란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고 식당이나 제과업체 등에 유통된다.

결국 계란 가격은 현재까지도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4일 기준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 1판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8061원이다. 지난해 5395원에 계란 1판을 구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49.4%나 오른 가격이다.

▲ 미세먼지가 가득 낀 서울 도심의 풍경. (사진=서울파이낸스 DB)

미세먼지 공포…공기청정기·마스크·정화식물 '불티'

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선포할 만큼 올해 상반기는 미세먼지로 두려움을 떨었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86회로 지난해 1분기(48회)의 2배에 가깝게 늘었다. 미세먼지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도 8일로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

소비자들은 미세먼지의 공포 앞에서 지갑을 열었다. 기존 노인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유의했다면 올해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게 됐다.

이마트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공기청정기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롯데백화점도 1~3월 기준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 대비 68% 신장했다.

CJ오쇼핑은 살균 기능이 강화된 130만원짜리 의류건조기를 선보였다. 목표치의 2배를 웃도는 733대를 판매하며 9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도 100만원대에 달하는 스웨덴 공기청정기 763대를 팔았다. 70분가량 방송 1회에 9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3월 티몬의 마스크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신장했다. 특히 작은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 고기능성 마스크의 소비가 급증한 반면 일반 마스크 매출은 20% 줄어 미세먼지에 대한 특정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1일부터 7일까지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410%) 늘었다. 같은 달 온라인쇼핑에서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위메프 877%, 11번가 567%, G마켓 408%, 티몬 234% 신장했다.

다육신물도 인기를 끌었다. 반려식물, 홈가드닝, 공기정화식물 등이 키워드에 올랐고 1인 가구를 중심으로는 식물과 인테리어를 접목한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용어도 생겼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5월 한 달간 화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8.1% 증가했다. 화초 역시 52% 늘었으며, 각종 원예재료 매출도 33.3% 증가했다. 신세계몰의 '홈 가드닝' 분야 매출도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스투키 매출은 작년보다 591% 급증했고 금전수와 뱅골 고무나무 매출도 각각 270%, 130%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일 때는 마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줄었을 정도였다"며 "공기청정기를 중심으로 한 미세먼지 관련 상품 수요가 급증했지만 자전거나 등산용품 등의 야외활동 상품 판매량은 예년과 비교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5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감자를 진열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 탓에 채소와 과일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0%가량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지독한 가뭄에 채소 과일 등 식탁 물가 '비상'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식탁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 여파로 계란 가격도 상승했는데 채소, 과실류 등의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2.67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1월 2.0% Δ2월 1.9% Δ3월 2.2% Δ4월 1.9% Δ5월 2.0% Δ6월 1.9%을 기록하며 평균 2.0%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먹거리 물가의 급등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신선채소(1.6%)와 신선과실(21.4%), 신선어개(6.7%) 모두 올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0.5% 상승한 수치로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오른 것은 1월 12.0% 이후 5개월 만이다.

수박은 2014년, 2015년 작황 부진으로 재배면적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7.3% 올랐다. 이외에도 참외(6.9%), 토마토(29.3%), 양파(29.8%), 상추(21.7%), 당근(22.4%), 감자( 35.6%), 무(28.9%)의 가격도 올랐다.

신선식품의 물가 상승은 지독한 가뭄에서 비롯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내린 비의 양은 평년 대비 49.5%에 불과했다. 1973년 국내에서 본격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전국의 저수지가 말라갔고 논밭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5월 한참 자라야 할 감자와 고구마가 물을 먹지 못해 크기가 3분의 1도 안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구마, 깨, 고랭지 감자 등의 작물에 피해를 예상했지만 가뭄을 막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점을 지적하며 가뭄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강원도 지역의 봄 가뭄으로 고랭지 배추가 1포기에 1만5000원에 달하는 가격 폭등을 겪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5월 특정 시기에 가뭄이 들기 시작했다"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초 물량 수급 계획을 세울 때 이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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