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300조 시대] 1인당 7200만원…지갑 닫는 가계
[가계빚 1300조 시대] 1인당 7200만원…지갑 닫는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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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소득 1년째 '제자리'…'상환부담→소비 억제' 악순환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가계가 치솟는 빚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빚을 낸 개인이 평균적으로 보유한 대출 규모만 7000만원을 넘어선다. 가계부채는 무섭게 불어나고 있으나, 손에 잡히는 소득은 1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빚 상환 부담까지 커지자 가계가 지갑을 닫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전체 소비를 깎아내리는 현상이 가시화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 3분기말 가계신용은 129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인구 수로 단순 계산해보면 국민 1인당 2600만원 수준의 빚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빚 부담은 단순 평균을 초월한다. 가계부채를 가진 대출자가 올 2분기 보유한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7206만원에 달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다.

1인당 부채는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5819만원 수준이었다. 4년 만에 1387만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올 3분기에만 가계신용이 38조원 이상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1인당 부채 역시 더 커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가계의 소득은 정체 기조가 뚜렷하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지난해에 비해 0.1% 줄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를 기록한 이후 -0.2~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질 소득이 1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것이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2012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4만2000원이었지만, 올 3분기에는 444만5000원으로 7.3% 늘었다. 같은기간 1인당 평균 부채금액 증가율(23.8%)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부채 속도를 소득 수준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도 얼어붙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현재 자산을 늘려 소비를 증가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최근에는 원리금상환 부담이 늘면서 소비여력을 축소하는 부정적인 결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가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처분 가능한 소득의 24% 가량을 빚 갚는데 쏟아붓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지난 2012년 17.1%에서 2015년 24.3%로 급등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 중 채무부담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응답한 가구는 55.2%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가계부채가 소비에 미치는 총 효과는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내년에는 가계부채가 가계소비 증가율을 0.63%p 끌어내릴 것으로 추정했다. 조 연구원은 "향후 소득성장의 정체로 인해 채무부담의 증대 효과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가계부채 구조 개선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유도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확대되는 점도 소비 부문에 있어서는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은행권, 보험업권에 이어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적용하면서 거치기간이 없는 분할상환 시스템이 더 확산되면 상환 부담과 함께 지속적인 소비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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