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린팅 사업부 인수 HP 고용보장 '차일피일'
삼성 프린팅 사업부 인수 HP 고용보장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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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소속 직원 1300여명은 지난 13일 오후 삼성 수원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청 앞에서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삼성전자, '최대 5년 가능' 언급…HP, '묵묵부답'
직원들 집회 열고 "최소한 안전장치 보장해 달라" 

[서울파이낸스 박수진기자] 삼성전자가 휴렛팻커드(HP)에 매각한 프린팅솔루션사업부가 고용문제와 관련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매각 발표 당시 100% 고용보장을 약속했던 삼성전자 측의 말과 달리 HP 측이 명확한 고용 보장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측은 임금·복리후생 등 처우 보장과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직원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지난 13일 오후 5시30분부터 삼성 수원사업장 인근에 위치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청 앞에서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12일 삼성전자가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프린팅사업부를 휴렛팩커드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 11일에 이어 열리는 두 번째 집회다. 총 1700명의 직원들 중 1300여명의 직원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날 직원들이 회사에 요구한 내용은 △매각 이후 고용보장 △임금·복리후생 등 처우보장 △위로금 지급 등이다. 특히 매각에 따른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고용보장을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이 매각 발표 이후 직원 설명회에서 5년까지 고용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정작 휴렛팩커드 측은 이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프린팅사업부의 한 직원은 "휴렛팩커드 경영진이 설명회에서 '전 직원 고용보장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우수한 기술력을 포함한 인력들을 데려가고 싶다"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휴렛팩커드 측의 애매한 답변에 비대위 측은 삼성전자 측에게 앞서 밝힌 약속에 대해 문서를 통해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프린팅사업부 직원은 "회사(삼성전자) 측에게 고용보장과 복지에 대해 문서를 통한 약속을 요구했지만 '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등의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이 이토록 예민할 정도로 불안과 불만을 드러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휴렛팩커드가 업계에서 구조조정을 심하게 하는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렛팩커드는 엔터프라이즈(HPE)와 분할된 직후인 지난해에만 3000명의 직원을 해고한데 이어, 13일(현지시간) PC와 프린터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 부문에 걸쳐 앞으로 3년간 3000~4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원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위로금 지급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직원들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 등 과거 삼성에서 매각된 계열사와 유사한 수준의 위로금에 삼성전자 프리미엄이 더해진 금액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어진 금액은 5000만원으로, 직원 연차에 따른 차등지급 부분 등 금액 산정 역시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HP 측과 전원고용 승계를 기본으로 5년 보장하겠다는 계약을 한 상태라면서, 프린팅사업부 직원들과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에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은 오는 27일 회사 분할을 위한 임시주총일에 맞춰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목표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 프린팅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분할한 뒤, 지분과 해외자산 등 사업부문 일체를 휴렛팩커드에 양도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을 매각한 이후에도 국내 시장에 한해 삼성전자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 대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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