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①] 보신주의가 부른 네 번의 실패
[우리銀 민영화①] 보신주의가 부른 네 번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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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가격보다 '신속 매각'에 방점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우리은행이 2년 만에 또다시 시장에 나왔다. 무려 5차 시도에 임하는 정부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서 매각 성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가 아니면 기약이 없다'는 위기감 속에서 우리은행이 그간의 실패를 딛고 15년 만의 민영화를 성공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24일 우리은행 지분 51.06% 중 30%를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 위해 다음달 23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매각 공고가 나오면서 연내로 목표하고 있는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당국은 오는 11월중 입찰마감과 함께 낙찰자를 선정하고 12월까지 매각을 종결할 예정이다. 12월에는 임시 주주총회와 함께 사외이사 선임 절차도 완료하기로 했다.

매각 공고는 공식적인 매각 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5번째 시도'라는 꼬리표는 적잖은 부담이다. 수차례의 매각 실패로 우리은행 이름값에도 생채기가 났다.

다만 '이번 만큼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중' 일변도였던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과감한 결단을 내놓으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지난 22일 매각 방안 설명회를 통해 "우리은행 매각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미룰수록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한 민영화가 궁극적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결론냈다"며 가격보다는 '신속한 매각'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 우리은행 매각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가격'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까지 4차례의 매각을 시도하면서 최소한 '본전은 남겨야 한다'는 인식이 컸다.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투입한 12조7663억원을 회수하는 데 집중해온 것이다.

▲ 자료=금융위

이를 위해 정부는 우리은행과 자회사, 경영권 프리미엄을 묶어 파는 방식을 택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을 호되게 치른 전례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결국 우리은행 몸값 하락과 함께 민영화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2010년 첫번째 매각 추진 당시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우리사주 조합·거래 고객 등)은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이유로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이후 2차, 3차 매각 당시에도 지분의 30% 이상과 함께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산업은행의 정권 개입 논란과 KB금융지주의 시장지배력 확대를 우려한 여론 탓에 무산됐다.

지난 2014년 4차 매각에서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으로 나눠파는 분할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유력 후보였던 교보생명이 대주주 문제와 자금조달 부담으로 중도 하차했다. 결국 중국 안방보험만 입찰에 참여해 은행 매각에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만 팔아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은행 업황 악화와 함께 우리은행 주가도 하락세를 걸었다. 자연스레 헐값 매각의 책임이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 것을 주저해 은행 매각을 미루기만 한다는 '보신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우리은행 인사철마다 도마 위에 오른 '낙하산' 논란도 이같은 목소리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5차 매각에서도 정부는 최근까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을 꾸준히 강조했고, 공자위는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조성된 최근까지도 '진성 투자자' 확인까지는 매각공고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했다.

우리은행의 실적개선 및 이광구 행장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행보로 올 초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선으로 회복됐지만,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100% 회수하기 위한 주가 1만3000원에는 크게 못 미쳤다.

공자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4차례나 실패했고, 지난해 말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의 중동 방문에도 지분 매각이 어그러지면서 매각 공고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이달 들어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역풍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유의 대우조선해양이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각 적기를 놓친 점과 관치 경영 행태가 재조명되면서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종전까지만 해도 공적자금 회수 비판을 우려해 머뭇거렸던 당국이지만, 기업구조조정 논란 속에서 우리은행도 대우조선처럼 만들 것이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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