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핵심사업 모두 제동 '경영패닉'
롯데그룹, 핵심사업 모두 제동 '경영패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14일 2차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 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검찰의 고강도 압수수색에 롯데그룹이 ‘경영패닉’에 빠졌다. 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대규모 인수·합병(M&A)은 물론 호텔롯데 상장,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전 사업 부분에 제동이 걸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하면서 추진 중이던 해외 기업과의 대형 M&A를 줄줄이 포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글로벌 롯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제시한 ‘비전 2020’ 역시 좌초 위기를 맞았다.

먼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승승장구하던 롯데케미칼부터 발목이 잡혔다. 지난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하자마자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 인수를 철회한다고 13일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로 사업영역을 클로르 알칼리와 PVC(폴리염화비닐) 유도체까지 화장할 계획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롯데케미칼은 매출 규모를 21조원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 할 수 있었다.

당시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액시올을 인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수 과열 경쟁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고려해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인수 계획 철회와는 별개로 액시올과의 합작사업은 계속 진행한다"고 말했다.

물류회사 현대로지스틱 인수도 중단됐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10일부터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82만 6006주(4.52%)를 인수했다. 이어 8개 롯데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 지분을 매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들이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주식 인수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롯데제과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이던 일본 롯데와의 합작 브랜드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롯데는 양국의 제과 계열사가 함께 개발한 상품을 출시해 한·일을 아우르는 ‘롯데’ 브랜드를 구축한 후 오는 2020년 글로벌 5위 제과업체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추진해야 할 김용수 대표가 검찰 수사로 출국 금지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1일 신사업 추진을 위한 거래처 미팅으로 러시아 출장을 계획했지만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호텔롯데 핵심사업인 면세점 역시 난관에 봉착했다. 호텔롯데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을 진행하다가 전면 백지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M&A가 성사됐을 경우 롯데면세점은 세계 1위 듀프리와의 매출 규모 격차를 줄이며 세계 2위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더욱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연 매출 6000여억원의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놓쳤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오는 26일 고객 영업을 중단하고 30일 폐점한다.

롯데면세점은 폐점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진행되는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입찰지원서 조차 넣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롯데그룹이 범 인도권에서 추진하는 복합쇼핑몰 개발 사업, 베트남과 중국의 복합상업단지 개발 역시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뉴델리 복합역사 개발 사업은 신 회장이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직접 제안했던 것이다.

▲ 검찰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실시된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에서 15일 새벽 검찰 직원들이 압수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말 예정돼 있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완공 역시 불투명해졌다. 롯데월드타워 준공을 책임지고 있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인명피해' 수사 과정에서 지난 11일 구속됐기 때문이다. 완공 전까지 마쳐야 하는 각종 인허가와 사용 승인 등 행정절차가 문제가 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자체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만큼 롯데물산은 현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아울러 12월 말 타워 완공 시점에 맞춰 진행하는 석촌호수 음악분수 조성 공사, 잠실역 지하 버스 환승센터 등 송파구 일대 교통 개선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가 진행하던 M&A의 전면 백지화는 대부분 호텔롯데의 상장 철회가 원인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IPO)에 참석해 해외면세점 M&A와 해외 진출 사업에 2조원 가량 우선 배정 계획을 밝혔으나 이것이 모두 무산됐다.

당초 호텔롯데는 오는 29일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신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달 12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 10일과 14일 롯데그룹 본사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신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올해 연말 정도까지 (호텔롯데 상장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니까 꼭 상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은 사실상 힘들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기업의 경우 상장예비심사 효력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 안에 예비심사를 다시 신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호텔롯데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향후 3년동안 상장이 불가능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연말까지 상장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말한 것은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자하는 의지와 상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밝힌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가닥이 잡히는 대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