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자본확충펀드 조성…국책銀 자구안 병행
'11조' 자본확충펀드 조성…국책銀 자구안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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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추진 틀(framework). (표=금융위)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지난 1개월간 정부와 한국은행이 논의했던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이 확정됐다. 올해 수출입은행에 1조원 규모를 현물출자하고,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진행될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 수출입銀 1조원 현물출자…한은 직접출자 가능성

정부는 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정부의 직접출자와 펀드 조성을 함께 실시해 구조조정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금융시장 안전판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국내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5~8조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향후 구조조정 진행상황의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현재 추산되는 수준보다 더 충분한 규모의 자본확충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5~8조원이라는 추산치보다 많은 12조원 규모로 자본확충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가 낮은 만큼 정부는 9월 말까지 1조원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바젤Ⅲ 적용을 고려했을 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BIS비율이 각각 13%, 10.5%를 충족해야 한다고 상정했는데,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BIS는 지난 3월 기준 각각 9.9%, 14.6%다.

간접출자 방식으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11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내달 1일부터 가동될 수 있도록 기관별 준비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펀드(SPC)는 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하고, 한국은행이 도관은행인 IBK기업은행을 경유해 10조원을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대출할 계획이다. 캐피탈콜이란 처음부터 자금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집행하는 게 아니라, 한도 규모를 설정한 뒤 필요에 따라 재원을 마련해주는 방식이다.

또 IBK기업은행이 캠코의 후순위대출 형태로 1조원 한도의 재원 조성에 참여한다. SPC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행되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코코본드를 매입하게 된다. 오는 2017년 말까지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매년 말 펀드를 계속 운영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통해 한국은행의 손실위험을 최소화하고,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한국은행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유일호 부총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석 해수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2009년 일반은행을 대상으로 조성된 은행자본확충펀드와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절반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직접출자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부는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에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 출자를 포함해 금융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이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때 정부가 출자지분을 조기에 양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수출입銀 조직쇄신 및 임금삭감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자본확충을 받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자체적인 자구노력에 나선다. 이번 자구계획과 별도로 정책금융의 효율성, 구조조정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내부 조직·인력을 전면적으로 진단하고, 9월 안으로 근본적인 쇄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를 4급 직원까지 확대하고, 평가 방식을 부서평가에서 개인평가로 전환할 방침이다. 올해 임원 연봉은 전년대비 5% 삭감하고, 내년 연봉은 5% 가량 추가 반납하기로 했다. 전체 직원의 올해 임금상승분도 반납된다. 올해 경상경비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1.3% 삭감됐으며, 내년 예산도 3% 추가 삭감될 예정이다. 또 산업은행은 '혁신위원회'를 신설해 조직 진단에 들어갈 방침이다.

인력·조직 쇄신을 통한 슬림화도 추진한다. 인력은 정원의 10%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올해 3193명에서 2012년까지 2874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부행장급 임원은 지난해 말 10명에서 올해 말 9명으로 1명 줄이고, 지점은 2020년 말까지 8개소 줄인 74개로 축소할 예정이다.

비금융출자회사 132개(2조4000억원)는 2018년까지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중소·벤처주식은 공개 일괄매각으로 전환하고, 매각 가능한 출자회사는 최대한 조기에 매각하기로 했다.

임직원 재취업 심사의 경우 공직자 윤리법에 준하는 기준을 도입해, 임직원이 산업은행 관련 비금융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심사를 통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취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회장 직속으로 '기업구조조정 특별 보좌단'을 만들어 산업별 구조조정 외부 전문가 그룹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도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임원 연봉 삭감, 전직원 임금상승분 반납 등의 자구안을 세웠다. 정원은 2021년까지 5% 감축하고, 부행장급은 2018년까지 기존 10명에서 8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또 수출입은행 혁신방안, 정책경험 전문가로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 조직 이기주의를 방지하기로 했다.

내부 조직은 핵심기능 위주로 재편할 계획이다. 2018년까지 본부 2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7개 본부로 운영할 예정이며, 국내 지점과 출장소는 30% 줄인다. 또 구조조정 관련 인력을 20명 가량 보강하고, 취약산업에 특화된 내·외부 전문가 위주로 '기업구조조정 전문위원회'와 '외부 자문단'을 신설한다.

자산매각을 통한 비용절감도 추진한다. 지점장 사택 4개소를 모두 매각하고, 올해 경비예산을 전년대비 10%, 내년 예산을 3% 삭감하기로 했다. 경영혁신 차원에서 상반기 안으로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요건을 마련하고, 경영자문위원회를 경영자문·평가위원회로 개편해 자체 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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