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惡 보험범죄 ①] 대한민국은 보험사기 공화국?
[사회惡 보험범죄 ①] 대한민국은 보험사기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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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지능화·대규모화·흉포화"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 노모씨는 전남편의 음식에 제초제를 넣어 살해하고 사망보험금 4억원을 타냈다. 부당하게 타낸 보험금으로 노씨는 명품 쇼핑을 즐기고 200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구입해 동호회 활동도 참가했다. 이후 새로운 남편을 만난 노씨는 제초제 소량을 매일 찌개에 섞는 방법을 다시 사용해 남편과 시어머니의 목숨을 빼앗고 보험금 5억3000만원을 가로챘다.

#. 경기도 A병원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기간이나 진료 내용을 부풀려 진료비를 과다 청구해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은 면역제 투약 및 고주파 온열치료 횟수를 필요한 것 보다 늘리고 입원한 적이 없는 환자에게 입원확인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또 암환자를 소개시켜 준 브로커에게 건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였다.

보험 관련 용어 가운데 인터넷 상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보험사기'와 관련된 사건 사고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보험사기가 만연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험사기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보험혜택을 부당하게 취하거나 고액의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고의적 또는 악의적으로 행하는 부정행위를 뜻한다. 외형적으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국내 보험산업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보험소비자들의 성숙도는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65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발 인원은 8만3431명으로 전년보다 954명 줄어들었지만 사건당 규모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보험업계는 실제 적발되지 않은 소규모 보험사기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감원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4조7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기가 심각한 사회악으로 지탄받는 이유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 뿐만 아니라, 날로 조직화·지능화·대규모화·흉포화 되면서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기는 개인의 단독범행이 아닌 일가족, 조직폭력배, 전문브로커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과 함께, 친족간 살해, 장애인 살해 등 잔혹한 보험범죄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맹독성 제초제를 음식물에 섞어 먹여 전 남편과 현 남편, 시어머니를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노모씨의 일명 '포천 제초제 연쇄 살인'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

또 보험사기는 개인적 범죄를 넘어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보험사기로 인한 민영보험 보험금 누수 규모는 2010년 기준 연간 3조4105억원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약 27조4000억원의 12.4%에 달하는 규모로 누수된 보험금은 1가구당 20만원,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메워진다.

대부분 보험사기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허위 입원과 관련이 있어 이로 인해 보험사기의 규모만큼 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이 증가해 공보험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허위입원 등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종목의 보험사기 적발액은 전년(1793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3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적발액의 50%가 넘는 수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보험사기와 연관된 건강보험 부정청구 금액은 2012년 기준 연 2920억~501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001년 이후 건강보험료는 꾸준히 인상됐으며, 2013년은 전년대비 7.26% 상승했다. 보험업계는 부당청구 주요유형(입원, 진료비 허위청구 등)의 상당부분이 보험사기와 연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단순히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만 초래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기는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경기침체를 틈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일례로 보험사기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은 2009년 508명에서 2013년 1264명으로 2배이상 증가하는 등 사회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협회가 발표한 '제 14차 생명보험 성향조사'를 보면 대부분(93.0%)의 소비자가 보험사기행위를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보험사기범들의 금전적 이익 제공에 별다른 의심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010년 실시한 '보험사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및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험사기의 사회적 만연도를 체감할 수 있다. 10명 중 3명(35.6%)이 보험사기 행위를 용인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의 증가는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해 마련된 보험제도 본연의 기능을 퇴색시키고 모방범죄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전체의 윤리관과 가치관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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