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현대重, 앞날 '캄캄'…적자 행진·勞使 갈등에 세금 폭탄
[초점] 현대重, 앞날 '캄캄'…적자 행진·勞使 갈등에 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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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1월 5일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경영난에 봉착한 현대중공업의 활로모색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에 깊이 패인 노사갈등의 골도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 초부터 사측이 일부 인력을 전환배치하려 하자 반발하며 투쟁에 나섰고, 사외이사 후보 교체를 놓고도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새해에는 노사 갈등을 털어내자'는 회사의 신년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1200억원의 세금 폭탄까자 맞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6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지난해 4월~10월 간 정기 세무 조사를 받아 1200억원의 세금 추징을 통보 받았다"며 "과세전 적부심사와 조세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세청의 세금 추징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의 영업 손실은 1000여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경영 참여 요구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자로 결정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재선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했지만 이사회를 다시 열고 홍 교수로 변경했다. 민 전 행장은 최근 SDJ코퍼레이션 고문을 맡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 측은 "민 전 은행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해 교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새로 추천된 홍 교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번에 새롭게 거론된 홍 교수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일본군위안부를 한국전쟁 뒤 미군 부대 주변과 도심 한복판의 성매매와 연관시킨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으로 알러졌다"며 이와 관련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경영권 참여와 사외이사 추천권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경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사회는 부실경영진 유임을 철회하고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노동조합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 전환배치 추진도 난항

노조는 지난달 초부터 28대 대의원들과 함께 강제 전환배치 철회를 위한 반대투쟁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월 전기전자본부 인력 170명과 엔진본부 81명, 건설장비본부 30명 등 총 281명을 조선사업본부로 전환배치하기로 하면서다. 인력이 필요한 조선사업본부에 배치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환대상 조합원 중 일부는 기술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전환배치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사측의 전환배치가 '면담이 아니라 통보하는 형식'이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무능경영의 책임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환배치를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다"며 "그동안 '강제전환배치'를 중단할 것을 외쳤지만 충분한 협의과정을 지키지 않고 밀어붙이기 경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강제전환배치 철회투쟁을 거치면서 회사경영진은 결코 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2차, 3차 전환배치 교육반대 투쟁을 당차게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상황에 따라 기존에 해왔던 전환배치의 일환"이라며 "전환배치 때 본인 의사를 우선 반영하고,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면 협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개인 면담 및 협의 중인 상황이라 이르면 이달 중에는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적 '경영난'이 노조 갈등으로 번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2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수주난도 심각하다. 지난 1월 조선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고, 건설장비부문과 엔진기계부문 수주액(1월 기준)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43%, 43.40% 줄었다.

또 수주 물량이 없어 오는 4월부터 울산시 온산읍에 위치한 해양2공장 작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노조는 "경영진은 현재와 같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배경을 유가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둔화 등 외부 원인으로 돌리려 한다"며 "불리한 계약조건, 설계 능력과 시공 역량 미흡 등 단기성과에 급급한 무리한 수주가 합쳐져 지금의 심각한 위기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 현대중공업 백형록 노조위원장(가운데)이 울산 동구 총선 출마를 선언한 노동당 이갑용(오른쪽에서 두 번째), 무소속 김종훈(왼쪽에서 두 번째) 예비후보 등과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속되는 경영난이 노조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가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친노조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운동에 개입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노조, 조합원 투표로 단일 국회의원 후보 밀기로

노조는 '4.13 국회의원 지지후보 선출을 위한 조합원 전화투표'를 지난 10일, 11일 양일간 실시했다. 예비 후보자는 이갑용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김종훈 전 울산 동구청장이다. 투표결과 김 전 동구청장이 단일 후보가 됐다.

이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인 손삼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 투표는 노동조합 규약 위반 행위"라고 주장하며, 지난 11일 이갑용 예비후보와 김종훈 예비후보,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화투표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오자 투표가 마무리 될 때까지 게시판을 닫기도 했다.

노조는 "전화투표 결과 노동자를 대변할 20대 국회의원 지지후보로 김종훈 후보가 선택됐다"며 "이번 노동조합 전화투표는 공직선거법 제87조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자에 대해 낙선 또는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두고 치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가오는 총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침체로 현대중공업이 경영악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 역시 매년 벌어지고 있다"며 "노사 대표들이 새해가 되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지만 그때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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