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실수는 계산된 정수?"…이세돌 '완패'에 바둑계 '멘붕'
"알파고 실수는 계산된 정수?"…이세돌 '완패'에 바둑계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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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211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 (사진=바둑TV 유투브 캡쳐)

"이제 관심은 1승이나 할까?"…바둑 패러다임 대변화 예고

[서울파이낸스 이호정기자] "알파고의 계산력이 한 판의 바둑이 진행되는 내내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 놀라운 계산력 앞에선 인간이 수천년간의 경험으로 쌓아놓은 기준(정석)도, 인간만이 지녔다는 직관도 모두 무력했다."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go)'와의 두번째 대결에서도 패배를 당했다. 이날 대국은 인간(프로기사)의 관점에서 볼때 이세돌 9단이 둔 수 중에 실수나 악수는 물론 완착(느슨한 수)도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점에서 '알파고'의 완승이다. 당사자인 이 9단도 국후에 "왜 졌는지를 잘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패배의 충격은 전날의 그것과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컸다. TV 중계 해설자가 정상적으로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워 하는 등 바둑계가 집단 멘붕상태에 빠졌다. '소름이 돋는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 놀라움에서 두려움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알파고의 '실수'조차도 고도로 계산된 '실수가 아닌 정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의 판단으로는 누가봐도 알파고가 손해보는 '바꿔치기'를 당했지만, 그 보다 더 가치(큰) 있는 곳을 선점함으로써 수순만 바뀌었을 뿐 결국은 실보다 득을 취하는 방식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국의 승부는 국 중 단 한차례 발생한 이 대목(바꿔치기)에서 결판났다.

이에 '인공지능'이 진정한 '신의 한 수'라는 우스개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스포츠가 한낱 수학으로 전락했다"는 묘한 느낌의 표현도 등장했다.

동시에 컴퓨터가 지금까지 이기지 못한 유일한 분야였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 중 한 명인 이 9단과의 대결을 통해 최종 승리를 결정지을 경우 바둑이라는 게임의 패러다임에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정석으로 여겨졌던 공식들이 무의미해 질 수도 있고, 바둑을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간의 싸움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간이 알파고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웬지 삭막함과 함께 섬뜩함까지 갖게된다. 이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 1,2국을 지켜 본 다수 애기가들의 느낌이자 견해다.

아무튼 이 9단이 2국에서도 완패함에 따라 이번 5번기에서 이 9단이 5대0으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이번 경기가 시작되기 전과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제 분위기는 '인간대표' 이세돌 9단에 대한 연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가 혹시라도 연출해 낼지도 모를 극적인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가 더 많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211수 만에 백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제1국에서도 186수만에 흑 불계패했다. 불계패는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투석'을 통한 항복선언이다.

이날 알파고는 흑으로 시작된 대국에서 대국 선언 5초 만에 우상귀 화점을 차지했다. 전날 소목 포석을 펼쳤던 이세돌 9단은 백으로 화점에 놓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3수째를 1분30여초만에 자상귀 소목을 차지하는 수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전날 양 화점 포석을 펼쳐 이세돌을 제압했던 알파고는 지난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도 5판 모두 화점 포석을 펼쳤다. 현대 바둑에서 가장 유행하는 양 화점 포석은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이지만 소목 포석은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이다.

이어 알파고는 13수째에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쳐 이세돌 9단과 프로기사들을 놀라게 했다.

바둑 TV에서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보는 수"라며 "이유를 알파고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SBS에서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도 "고정관념에 빠져 있어 프로기사들이 두지 않는 수를 알파고가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세돌 9단은 전에 없던 신중함으로 무장해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를 무력화하는 듯 했다. 그러나 미세하게 쫒아오던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면서 형세가 기울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며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이미 기운 판세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번 패배로 이세돌 9단은 총 5차례 열리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2연속 패배를 안게 됐다.

제3국은 오는 12일에 열리며, 13일 4국, 15일 5국이 차례로 남았다. 이번 세기의 대결 승자에게는 100만 달러(한화 12억1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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