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덮친 '코코본드 공포', 허와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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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리딩뱅크 부실 의혹에 공포심리 확대…"글로벌 금융위기 위험 낮아"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최근 유럽에서 불거진 '코코본드(Coco Bond) 공포'에 글로벌 은행주들의 주가가 폭락한 이후 국내외 증권가와 금융권에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코본드 공포' 실체는

코코본드는 은행들이 바젤3 도입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발행하는 조건부 자본증권이다. 위험 대비성 자본으로 신종자본증권(Tier1)과 후순위채(Tier2)로 나뉜다.

글로벌 금융기관 대다수가 적시에 BIS 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병행한다. 국내의 경우 JB금융지주가 2014년 최초로 코코본드를 발행했고, 코코본드 시장도 2년여 만에 연 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코코본드는 어떻게 유럽발 금융위기를 촉발하게 된 것일까. 문제는 유럽의 리딩뱅크인 독일 도이치뱅크가 재무건전성 악화로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장 관측에서 비롯됐다. 당초 유로존 재정위기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도이치뱅크의 코코본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 문제가 곪아터져 나온 것이다.

리서치회사인 크레디트사이트는 지난 8일 도이치뱅크의 채무건전성 문제로 인해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보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미래 손실로 인해 비(比)투자부문 채무 이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며 도이치뱅크의 기타기본자본(AT1)에 대한 등급을 기존 '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체뱅크의 주가와 채권가격은 코코본드 이슈가 불거지면서 급락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12일 당사의 54억달러 규모의 코코본드를 재매입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이치뱅크의 부실 의혹은 유럽 은행주들의 패닉을 불러왔고, 미국과 한국으로 차례로 전이됐다. 실제 지난주 국내 은행주들만 보더라도 주가 하락률은 최소 2%부터 많게는 8%에 달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주 2거래일간 2.5% 내렸으며,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7.8%, 기업은행은 5.5%, 우리은행은 5.0%, KB금융은 3.2% 급락했다. 이는 코스피지수 하락률 4.3%을 소폭 하회한 수준이다.

◇코코본드 이슈 재점화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크레디트사이트 및 S&P 등 시장 관측과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코코본드 이슈의 행방도 묘연하게 됐다.

USA투데이 등 복수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무디스의 애널리스트인 피터 너비가 이날 리서치노트에서 "도이치뱅크는 중대하고 예측치 못한 사건이 없다면 금년과 내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피터 너비는 최근 도이치뱅크가 당사의 코코본드를 재매입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크레딧(신용) 평가와는 관련 없는 자본구조에 대한 온건한 방책 차원이라고 밝혔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도 유럽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대표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17일 유럽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소시에테제네랄 경제리서치 부문 글로벌 대표인 미칼라 마커슨은 17일(한국시간) "유럽 은행권의 핵심자기자본비율은 2008년 당시 9%에서 현재 13%까지 올라갔고, 유동성 위험을 겪는 은행도 없다"며 "개별 은행이 부실에 빠질 수는 있으나 은행권 전체의 재무상태는 상당히 견조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저금리 환경이나 유럽 은행의 통폐합 등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는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안심해라 전해라"

한편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번 코코본드 이슈가 유럽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투자자들이 우려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은행들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가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코본드는 파생상품이 아니며, 상품구조상 파생상품처럼 여타 채권으로 부정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없는 채권이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할 소지가 적다고 지적했다.

당초 시장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된 문제였던 만큼 코코본드와 관련해서도 유사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였다. 지난해 말 포르투갈 은행, 이탈리아 4개 지방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련 채권자들이 투자손실을 입은 사실도 이 같은 위기감에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CFA는 "금번 이슈가 코코본드 자체에서 파생된 성격의 문제라면 조만간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한편, 코코본드의 발행구조가 다르고 관련 시장이 아직 활성화 돼있지 않아 국내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들의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 지급 능력과 관해서는 우려를 낮춰도 된다는 주문이 들어왔다. 국내 은행들은 자산운용 구조가 대출자산 비중이 높고 투자자산이 낮아 유럽 은행들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이유 등에서다.

이날 KDB대우증권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자산 비중은 대출자산이 73%로 투자자산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대출자산이 30%, 투자자산이 52%를 차지하는 유럽 은행들의 자산구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코코본드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손실이 발생된다 하더라도 충격을 흡수할 만한 여유있는 자본 확충이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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