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의 유혹
‘반값 아파트’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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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재미있는 정책폭탄을 터뜨리곤 하는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이 이번엔 일명 ‘반값아파트 법안’이라는, 광고 카피만큼이나 눈길 사로잡을 법안을 들고 나왔다. 비록 당론 채택 여부는 일단 지도부로 넘기는 선에서 보류됐지만 수권을 염두에 둔 한나라당으로서는 결코 버리기 힘든 매력적인 제안일 듯하다.

홍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내놓은 법안의 풀네임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특별법이다. 핵심내용인즉 토지는 공공이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집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당론으로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전재희 정책위 의장, “아파트 공급 확대가 단순히 건설업자의 이익으로 가선 안된다. 당론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거든 원희룡 의원 등 당내 지지가 만만찮다.

그러나 채택이 보류된 데서 보듯 반대 의견 내지 신중론이 우세했다. 예의 그 ‘안티 사회주의’가 장애가 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홍의원의 제안이 실현가능성을 가지려면 더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추구하는 한나라당의 정책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이종구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으로 이념에 발목 잡힌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여줬다. 당연히 홍준표 의원은 “좌파 사회주의 법안이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고.

물론 이종구 의원의 지적이 분명 일리가 있다. “땅 확보 문제, 그린벨트 해제 여부, 재원조달, 어떤 계층에 우선 공급할 것인지 등 수권정당으로서 꼼꼼하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다분히 인기성 발언처럼 보이는 홍준표 의원의 제안이 가진 함정을 잘 파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창 의원도 “주택을 지을 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신중론 쪽에 섰다.

좌파 운운에 유기준 대변인은 “신중론이라고 해도 ‘좌파적’이라는 비판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의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며 당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당론으로 채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공은 일단 당 지도부로 넘어갔다. 관전자 입장에서도 과연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인지는 상당히 흥밋거리다.

애초 당론 채택을 추진했던 부동산 감세안 중 종합부동산세 인별 합산 전환과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세 폐지 조항은 부동산 광풍에 떠밀려 백지화됐다. 다만 과표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문제를 추후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해 여전히 부자정당의 한계를 보이지만 어쨌든 ‘반값 아파트 법안’을 두고 나타내 보인 한나라당내의 유연한 자세는 대중적 바람을 제대로 읽고 풀어내려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부터 걱정은 일부 신중론을 편 의원들의 염려처럼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부지 확보 방안이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지 확보 대책이 없다면 홍준표 의원의 제안은 그야말로 인기성 발언에 그치고 자칫 실천 방안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당론으로 채택이라도 된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위험도 크다.

홍의원은 땅 확보를 위한 초기 투하 자본의 90% 이상을 주택부양으로 흡수될 수 있게 용적률을 높이면 된다는 설명이지만 그건 충분한 답이 되기 어렵다. 지금 아파트 광풍이 부는 이유는 전체 주택공급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파트 수요’가 충족되지 못해서다. 지금도 다가구, 다세대 주택은 물량이 충분하지만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한마디로 ‘생활의 질’을 담보할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돼야만 제대로 광풍이 잠재워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반값 아파트 법안’이 어떻게든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을 좌파적 정책으로 치부해온 한나라당이 과연 어떤 부지 공급 방안을 마련해 이 법안을 당론화 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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