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적법" vs 엘리엇 "위법"…날선 첫 법정 공방
삼성 "적법" vs 엘리엇 "위법"…날선 첫 법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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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방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사진=서울파이낸스DB)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할만한 필요성이 전혀 없는데 합병이 추진됐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그들에게 주어진 이사로서 지위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법이다."(엘리엇 매니지먼트 측 대리인 법무법인 넥서스)

"합병비율과 이사회의 자사주 매각 모두 법률적 근거 내에서 진행됐다. 삼성물산 이사회가 회사에 어떠한 손해를 끼쳤는가? 합병을 발표한 날 오히려 주가는 15% 급등했다."(삼성물산 측 대리인 김앤장)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측 대리인은 19일 서울법원종합청사 358호 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 심리로 열린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사건 기일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엘리엇 측 대리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불공정해 무효"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일모직은 수치적으로도 삼성물산과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의 회사"라며 "사업구성 내용만 보더라도 패션, 식자재 유통업, 레저산업, 조경 산업 등을 주로 하는 건설업으로 돼있어 삼성물산이 합병 후 시너지를 충분히 기대하기 도저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발표한 합병비율은 1대0.35다. 합병 후 삼성물산 주주가 보유한 1주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바뀌게 된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 주주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실제 가치의 22% 혹은 18% 밖에 안 되는 제일모직 주식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환산하면 무려 7조8000억원이 넘는 자산이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낳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이사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엔 삼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보라는 목적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측 대리인은 "이번 합병은 오너일가의 지배권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과정)로 합병이 추진됐기 때문"이라며 "불공정한 합병비율임에도 억지로 추진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은 19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사진=각사 취합)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 측 대리인은 "합병비율은 현행법 상 '주가에 의해 산정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따를 수 있다'가 아니라 '따르라'는 법의 명령이고 이를 어기면 제제를 받는다"고 맞섰다.

삼성물산 측은 "주가는 시장의 종합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가치평가 기준"이라며 과거 유사 판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인 측에서는 이번 합병 결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위법한 일'이라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합병발표 이후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뒤따랐고, 이것은 합병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결의가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건설사에 비해 비정상적 하락은 없었다"며 "신청인이 주장하는 10만원 대의 주가는 삼성물산 주식 역대 최고치보다도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측은 또 "만일 이번 합병이 신청인의 주장대로 정말 부당한 것이었다면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다 갖춰져 있다"면서 "주주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주총 결의를 하는 것인데, 엘리엇은 그 조차도 하지 말자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신청인의 악의적인 주주권 행사도 고려돼야 한다"며 "신청인이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 안건은 회사의 주식자산을 다 빼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공방 일지(자료=업계 취합)

엘리엇은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결의를 발표하자 지난 3일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후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이 KCC에 넘긴 자사주 899만주(5.76%)의 의결권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추가로 냈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날 심리에는 삼성물산, 엘리엇, KCC 측 대리인 총 14명이 참석해 원고·피고인 석을 가득 채웠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는 다음달 1일 나온다. 양측 대리인들은 오는 25일까지 추가 서면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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