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월 기준금리 1.5%로 전격인하…메르스 대응
한은, 6월 기준금리 1.5%로 전격인하…메르스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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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저치…가계부채+美 금리인상 부담 '난제'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발 내수 침체 우려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인하 카드를 석달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올해 내내 감소하고 있는 수출에 내수 경색으로 사그러들고 있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폭탄을 뒤로하고 총대를 맨 것이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종전대비 25bp(0.25%p) 내린 연 1.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첫 1%대 금리가 탄생한 지난 3월(1.75%) 이후 3달 만에 역대 최저 금리의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이날 결과를 예고하듯 금통위 회의장에 들어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매파적 성향을 가진 문우식 위원은 금통위 시작 시간에 임박해 마지막으로 급히 회의장에 들어섰던 3월의 모습을 재현했다.

'선제적 대응' 격이었던 3월 금리 인하 당시 이주열 총재는 성장 및 물가 등 거시 경제 상황을 우선시 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5월에는 인하 효과 및 경기 회복 흐름 확인의 필요성과 가파른 가계부채 속도 등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한달 새 수출이 5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성장 동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지만, 자본 및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소비, 투자 등 내수 지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6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발생한 메르스 여파로 여행과 소매, 요식업 등의 서비스업 시장이 1주일 새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수출 부진으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내수까지 경색될 경우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르스 여파로 인해 한달 만에 소비심리가 즉각적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0.15%p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다시 위축될 경우 2분기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 회복의 흐름이 꺾여 하반기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우려의 입장을 내비쳤다. 4월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가 3.1%대로 설정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2%대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경계감도 확산됐다.

▲ 그래픽 =서울파이낸스

내수 중심의 회복을 기대하던 정부의 경기 판단도 급격히 나빠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4일 최근 경제에 대해 "수출 부진이 지속돼 경제 전반의 성장세가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민간소비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으나, 기획재정부는 10일 그린북(경제동향)에서 "내수회복세가 강화되고 있으나 메르스 관련 상황으로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통상 기재부의 경기 진단이 낙관적인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1.1%대 성장률을 0.5%로 깎아내린 세월호 참사 여파가 하반기까지 지속된 점도 트라우마로 작용됐다. 지난해 4월 108 수준이었던 소비심리지수는 5월 105로 떨어진 뒤 12월까지 악화 추세를 이어갔고, 두달 연속 회복세를 보인 지난달(105)에도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세월호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다"며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한 회복 속도가 더뎌졌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최근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0.8%) 수준을 유지했고 수출을 제외한 경기 지표들은 횡보 내지는 소폭의 개선세를 보여 지표 흐름으로만 봐서는 동결이 예상됐다"며 "최근 두드러진 수출 부진론과 함께 메르스와 관련된 경제주체 심리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확산 종료시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조기에 진화가 된다 하더라도 1~2개월 정도는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며 "수출 여건이 호전될 가능성은 낮고 기대되던 소비마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 중반선까지 떨어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례 없는 급증세를 보이는 가계부채 부담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 및 신용대출을 포함한 1분기 가계 빚(가계신용)은 1099조원을 넘어섰으며, 4월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한달 새 10조1000억원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반기 예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채 부담을 높일 수 있는 한편, 자본 유출을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미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2~3배 가량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과 함께 저소득층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경기 회복의 공은 정부에게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재정정책의 확대와 함께 추가 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실장은 "경기 회복세가 워낙 미약한 가운데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을 포함한 재정확대 정책 등의 적극적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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