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금융권, '핀테크' 끝장토론…규제완화 요구 봇물
범금융권, '핀테크' 끝장토론…규제완화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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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금융실명제 등 장애물…감독관행 정면비판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한국 금융의 길을 묻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국내 금융권의 패러다임 변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한국 금융의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핀테크'를 꼽는 목소리가 잇따랐으며,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금융당국의 규제 관행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핀테크를 기회로…금산분리 완화해야"

3일 6개 금융협회는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금융협회장과 주요 금융사 대표, 금융전문가, 금융공공기관, 금융당국 관계자 등 108명이 참석한 대규모 토론회를 열었다.

우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핀테크 활성화의 걸림돌로 꼽히는 '금산분리'에 대한 지적이 가감없이 제기됐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삼성전자가 전세계 50위에서 1등으로 도약했던 것처럼, 금융도 핀테크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며 "알리바바는 되는데 카카오페이는 왜 안되나"라고 반문했다.

이를 위해 황 회장은 "우리도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의 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금산분리 (규제를) 열어줘야 한다"며 "은행권이 핀테크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도록 해주면, 강한 '디지털 금융'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인터넷은행도 여러 형태가 있지만, 금융회사가 독립 브랜드를 갖고 업무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테스크포스(TF) 구성시 금융사 직원을 많이 참여시키고, 충분한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핀테크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성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에서 핀테크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사장은 "증권업에는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투자은행 업무 등 세가지 분야가 있다"며 "그중 위탁매매는 모바일·온라인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라, (핀테크를 통한) 수익성과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산관리 영역에서는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설명 의무에 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핀테크 기법을 동원하면 소액 투자가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민금융기관이 핀테크를 따라가기에는 벅차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서민금융기관이 전부 퇴출되도 되는지 금융당국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며 "현재 금융상황을 보면 서민 금융기관은 전부 고사할 수도 있는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은 "핀테크와 관련해 어떤 수익모델이 생기는지 답이 별로 안나온다"며 "결국 자금중개 효율성은 대출이나 투자중개로 가야하는데, 여기로 가면 은산분리 등이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포털이나 SNS에 은행을 줄 수 있느냐 하는 '빅데이터'의 문제인데, 이쪽으로 가면 기존 은행들은 위협받는다"며 "은행이 나중에 M&A를 당할 수도 있다. 그만큼 속도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패러다임 맞춰 감독관행 변화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만큼, 금융당국도 이같은 기류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건전성 규제'를 명목으로 금융당국이 금융사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게 나왔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IT 산업은 발전했는데, 금융실명제는 20년 전 제도를 그대로 사용한다"며 "금융 검사도 언제까지 페이퍼 중심으로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최 회장은 "건전성 규제는 유지하고 영업 규제는 풀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인데, 굳이 현장 검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현장 검사를 한다고 해서 부실대출을 막을 수 없으며, 건전성을 확보하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이른바 '절절포(절대, 절대, 규제 개혁을 포기하지 말라)'를 강조하며 금융당국의 규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건전성 규제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에) 걱정하지 않아도 금융사들은 다 노력하고 있다"며 "은행들은 국제 기준을 맞추는 데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또 "현장 지도와 구두 지도를 명문화·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서별로 지시와 검사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금융감독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제재의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은 "한국은 금융실명제와 차명금지제가 있는 독특한 나라"라며 "금융시너지를 내는데 가장 큰 난관이 금융실명제로, 실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위법이라고 해서 모든 업무가 1년 동안 멈췄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실명제라는 제도 아래서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태에서 규제 풀자, 핀테크 하자고 해봤자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대근 한양대 교수는 "(당국이) 규제를 풀 때 새로운 형태의 핀테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지금 거론된 규제를 풀면 알리페이를 따라가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들을 남들보다 빨리 하기 위해서는 규제 체계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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