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쓴 KB금융 윤종규號, 풀어야할 숙제는?
'새 역사' 쓴 KB금융 윤종규號, 풀어야할 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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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정·LIG손보 인수…'수익성 회복' 장기과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내부 출신으로는 최초로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내정자로 결정된 가운데, 앞으로 KB금융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단 장기간의 경영리스크로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급선무이며, 회장 인선 이후로 미뤄진 KB의 각종 경영현안도 숙제로 남게 됐다. 인선 과정에서 잠시 사그러들었던 '이사회 책임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KB금융 최초 내부 출신 CEO…노조 "환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전날 오후 심층면접과 투표를 통해 윤종규 후보를 회장 내정자로 최종 선정했다. KB금융으로서는 최초의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그룹 회장 자리에 앉힌 셈이다.

우선 윤 내정자의 낙점에 대한 업계와 KB 내부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윤 내정자는 금융권에서 손에 꼽는 '재무통'으로, 상고 졸업 이후 금융권에 입성해 야간대학에 다니며 행정고시(2차),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이력을 갖고 있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일하던 시절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KB에 발을 들인 실력자이기도 하다.

윤 내정자의 경우 은행원부터 시작한 순수 KB 출신은 아니지만, 후보 가운데 KB 재직 기간이 가장 길었다는 점도 이번 회장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두루 경험했던 만큼, 산적한 과제를 풀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줄곧 '낙하산 인사 철폐'와 '내부 출신 등용'을 주장했던 KB국민은행 노조도 윤 내정자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관치와 외압으로부터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며 "KB금융그룹 재도약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회추위원들이 내부 신망이 두터운 윤 내정자에게 큰 점수를 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윤 내정자가 치른 심층면접에 대해 "KB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전임 CEO들이 잡음을 일으키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만큼, KB금융로서는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직원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수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윤 내정자의 조직 재정비 향방은?…이사회 책임론 여전

이에 따라 향후 공식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윤 내정자의 조직관리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의 회장·행장직 겸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윤 내정자가 행장직을 겸임하게 되면 과거 KB 내부에서 반복돼 온 경영진간 갈등은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다만 11개 자회사를 거느린  KB금융그룹 규모를 감안하면 비효율적인 체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회장과 이사회가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추후 윤 내정자의 의사가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윤 내정자의 주도 아래 단행될 임직원 및 계열사 경영진의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차기 회장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영현안에는 LIG손보 인수건이 꼽힌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이미 LIG그룹과는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의 편입승인 절차만을 남겨 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9월 안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고 10월에는 'KB손해보험'을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KB 사태가 불거지면서 승인 심사가 보류됐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현재 KB금융의 경영 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차기 회장 선임을 포함해 향후 KB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내정자에게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번 LIG손보 인수를 통해 그간 은행에 의존해온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LIG손보를 인수하면 20%(총자산 및 당기순이익 기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30%에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

급격하게 하락한 KB국민은행의 수익성 회복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5462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8.5% 늘었지만,  신한은행 8419억원, 하나은행 5562억원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0.30%로 하위권 수준이다. 특히 수익성 하락은 KB금융의 신뢰도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고객 신뢰 회복에도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KB금융  이사회에 대한 책임론은 윤 내정자로서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권 일각에서는 KB의 내홍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김 위원장은 사외이사들의 사퇴 여부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각자 다 훌륭한 분들이기 때문에 (회장 선임 이후) 그때 가서…"라며 답변을 미룬 바 있다.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오갑수 사외이사가 퇴임한 이후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는 없다.  지난 2010년 KB금융과 비슷한 전례를 겪은 신한금융 이사회의 경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선임된 이후 사외이사 8명 중 6명이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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