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거워진' 기아차 쏘렌토…연비개선은 '뒷전'
'더 무거워진' 기아차 쏘렌토…연비개선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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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장력강판 확대적용…"현대·기아차, 경량화 추세에 역행"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이달말 출시를 앞둔 기아차 쏘렌토가 초고장력강판을 53%까지 확대 적용하는 등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말부터 출시한 신차 차체의 초고장력강판 비율이 모두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 앞서 출시된 신차들이 차체 중량이 늘어 연료 효율이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차체 경량화보다는 안전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기아차가 공개한 쏘렌토 후속 렌더링 이미지

◇ 미·유럽 업체, 연비향상 위해 '강판→알루미늄' 대체

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3세대 신형 쏘렌토는 초고장력 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 비율을 기존 25%에서 53%로 확대 적용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출시된 쏘울의 초고장력강판 비율은 기존 21%에서 51%로, 제네시스는 13.8%에서 51.5%로, 쏘나타는 21%에서 51%로 모두 절반이상으로 크게 확대됐다.

초고장력강판은 인장강도를 높인 강판이다. 강판을 제조하는 1㎟ 굵기 철사에 물체를 매달아 얼만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따라 분류한다. 예를 들어 최대 60kg짜리 물체를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는 철사로 만든 강판은 60kg급 강판으로 분류한다.

이에 고강도강판은 인장강도에 따라 분류하면 LSS(저장력강)·HSS(고장력강)·UHSS(초고장력강)로, 금속학적 분류하면 MS(연강)·HSS(고장력강)·AHSS(초고장력강)로 구분한다.

하지만 나라마다 구분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AHSS는 유럽·북미 등에서는 45㎏급 이상을 말하지만 한국·일본 등은 60㎏급 이상을 AHSS로 구분한다. UHSS는 일반적으로 80㎏급 이상인 강판을 말하지만 AHSS와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자료 = 현대·기아차
초고장력강판은 알루미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차체 접합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알루미늄보다 무겁다. 신형 쏘울, 쏘나타, 제네시스, 카니발이 기존 모델보다 적게는 27kg에서 많게는 100kg가 넘게 무게가 늘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차체를 경량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데 비해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차체 뼈대에 철강 대신에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내외장재에도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을 확대 적용해 무게를 줄이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 아헨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고장력 강판은 11%의 차체 경량화 효과가 있지만 알루미늄은 40%가량 감소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SL63 AMG

세계 최초로 알루미늄 서스펜션을 도입한 BMW는 신형 5시리즈의 경우 차체 중량의 20%까지 알루미늄 비중을 높였다. 지난 2012년말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SL63 AMG는 차체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차체 무게는 기존 모델에 비해 110kg나 가벼워졌다. 최근 아우디가 출시한 프리미엄 세단 A8 역시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 기술인 ASF(Adui Space Frame)를 적용해 일반 스틸 차체보다 무게를 약 120~140kg까지 줄여 연비 효율과 주행 성능을 높였다. 

유럽 자동차 업체 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는 알루미늄을 2006년부터 승용차, 픽업트럭, SUV, 미니밴까지 50개종 이상의 차량에 알루미늄 비율이 10% 이상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2009년 승용차의 평균 중량 1444.6kg에서 알루미늄의 비중이 7.8%에 머물렀지만 최근 알루미늄 사용이 비율이 빠르게 늘어가면서 2020년에는 대당 136kg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 현대·기아차, '뻥연비' 논란 이어 안전성 신뢰 '흔들'

이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차체 '군살 줄이기'에 혈안인 이유는 오염물질 배출 규제와 소비자 성향에 따라 연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은 2010년 1km 주행 기준 대당 140g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95g으로 감축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이를 초과시 초과 g당 95유로의 벌금을 책정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113g으로 설정했다.

일반적으로 차체를 10% 경량화하면 평균적으로 연료비가 3∼7% 절약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3%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차체가 무거우면 연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차량 무게가 100㎏ 늘어나면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g 가량 늘어난다.

실제 신형 쏘울과 신형 제네시스는 알루미늄 대신 초고장력 강판을 늘려 연비가 기존 구형 모델 대비 각각 12.0km/ℓ에서 11.6km/ℓ로, 9.6km/ℓ에서 9.4km/ℓ로 줄었다. 차체 무게는 70%가 철강재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초고장력강판 적용을 늘려 차체가 무거워지면서 생겨난 부작용인 것이다.

▲ 신형 제네시스에 확대 적용된 초고장력강판

현대·기아차가 신차에 초고장력강판을 잇달아 확대 적용하는 데에는 우선 계열사인 현대제철로부터 이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알루미늄은 스틸에 비해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차체 접합도 까다롭다. 또 북미 시장을 주력 시장으로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는 미국의 '스몰오버랩' 등 엄격한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차체 강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다.

현대차 측은 앞서 신형 쏘나타 출시 당시 "신차에 적용된 초고장력강판의 비율은 수차례의 자체 충돌 테스트를 거쳐 얻어낸 것"이라며 "교통사고는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연비보다는 안전성을 우선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싼타페가 '뻥연비' 논란을 일으키는 등 현대·기아차의 연비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도 업체가 연비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가 고품질과 저연비로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구형 모델 대비 신차의 가격을 소폭 인상하면서도 연비는 크게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현대·기아차의 실연비가 좋지 못하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연비 절감을 등한 시 한다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신형 쏘나타는 지난달 17일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IIHS)의 소몰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자체 실험 결과보다 낮은 'ACCEPTABLE(적합)' 등급을 받으면서 현대차가 강조하고 나선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앞서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초고장력강판 비율을 늘려 차체 강성을 높인 점 등으로 IIHS 기준으로 자체 충돌 테스트 결과 'GOOD' 등급으로 최고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출격을 앞둔 신형 쏘렌토가 신형 카니발에 장착된 2.2리터급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기존 모델보다 차체 중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충돌 테스트 결과와 연비 개선 효과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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