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가권리금 양성화 추진…실효성 '기대난'
정부, 상가권리금 양성화 추진…실효성 '기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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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계약·임대료 인상 가능성
"표준계약서 강제성 부여해야"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임차인간 음성적으로 거래돼 온 상가 권리금이 양성화된다. 부동산시장의 대표적인 지하경제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 영세 임차인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자금에 대한 과세기반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추진 의지가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해 실효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상가 권리금 법적으로 보호 

26일 상가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안'에는 용산 참사를 야기한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 권리금은 임차인간 주고받아온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상태다. 여기에 건물주가 요구하거나 가로채는 횡포도 발생했다. 하지만 자릿세부터 고객양도, 영업노하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 탓에 정부도 구체적인 법 테두리를 정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의 원인도 상가권리금으로 지목된다. 당시 철거민들은 생업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했지만 상가권리금이 감정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턱없이 낮은 보상금을 받았다. 이에 일부 상가 세입자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건물 점거를 시도,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권리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임차인의 피해사례도 계속돼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권리금을 지급한 후 돌려받기 어려웠던 임차인들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양성화하기로 했다. 상가를 임차인끼리 거래할 때 선(先) 임차인과 후(後) 임차인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토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상가 권리금을 '임대차 계약과는 별도로 설비, 장소적 이익, 영업권 등의 유무형의 이익과 관련해 지급하는 금전'이란 식으로 법적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은 임차인끼리 '권리금 얼마를 언제 주고받았다'는 정도의 서류를 쓰는 게 전부였다. 이런 사적 서류는 건물주와 임차인간 체결하는 임대차계약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던 권리금의 실체가 인정되면서 임대인의 횡포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 계약서 기피·비용부담 전가 가능성

문제는 상가 권리금 거래에 대한 표준계약서의 사용을 단순 '권고'하는데 그쳐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권고 수준인 만큼 권리금을 받는 측에서 증빙서류로 인한 세원노출을 우려, 계약서 작성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리금에 법적 자격은 주어졌지만 정작 이를 주고받은 기록의 법적 효력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시 말해 표준계약서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고서는 그 외의 어떤 보호 장치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권구백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전국상가세입자협회) 대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권리금 보호를 이야기 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대책이 실효성이 있어야 하며 특히 표준계약서는 반드시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처럼 강제력이 없는 상황에서 표준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할 임차인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선 임차인은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고 들어왔는데도 앞으로는 써줘야 하는 상황인데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면 권리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세원이 노출될 우려 때문에 작성을 꺼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표준계약서 작성을 회피하기 위해 권리금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이면계약을 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선종필 대표는 "권리금을 받는 기존 임차인이 계약서를 쓰면 세금이 발생하므로 권리금을 깎아 줄 테니 쓰지 말자는 식의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임대료 인상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권리금 양성화는 임대인 입장에서 세원 노출이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재산권까지 침해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인상돼 임차인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리금이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금융사들은 상가담보 대출시 우선변제가 가능한 권리금을 감안, 대출금액을 결정하게 된다"며 "건물주가 빌릴 수 있는 돈이 예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 대표는 "권리금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가서 임대인 권리의 제약 폭이 커지면 오히려 피해가 임차인에게 갈 수 있다"며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을 정도로 임대료 상승분을 유도하거나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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