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공공기관 부지 매각 추진…'헐값·특혜' 논란
7조원 공공기관 부지 매각 추진…'헐값·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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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시가 7조원 이상의 공공기관 부지가 부동산시장에 대거 쏟아진다.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로 옮겨가고 있는데다 정부가 높은 수준의 부채 감축을 요구하고 나서 본사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불황으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뿐만 아니라 적잖은 매각대금과 정해진 매각시한으로 특혜시비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매각예정 공공기관 부지 54곳

4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지방이전 공공기관 종전 부동산 매각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각 중이거나 매각 예정인 공공기관 부지는 총 54곳이다.

매각 대상 전체 규모는 246만4057㎡로, 장부가로는 총 5조7101억원이며 시가로는 7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장부가가 1000억원 이상인 곳이 11곳에 달해 '알짜배기' 땅이 많다는 평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7만9342㎡)다. 한전이 오는 11월 전남 나주시로 이전함에 따라 비게 될 땅이다. 장부가만 2조153억원이며 시가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부지(20만4007㎡)와 옛 주택공사 사옥(3만7998㎡), 옛 토지공사 사옥(4만5728㎡)도 장부가가 3000억원 안팎인 금싸라기 땅이다. 서울에서는 중구의 한국관광공사 사옥(2881㎡)과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8926㎡)·신용보증기금(2845㎡) 사옥 등이 장부가 1000억원을 넘는다.

이들 공공기관은 부동산 경기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수의계약, 경쟁 입찰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 보유자산을 제값에 파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 "경기 침체·매각 시한…헐값 매각 우려"

문제는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각 공공기관이 제값은커녕 헐값이라도 받고 부지를 처분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이들 공공기관 부지 54곳 가운데 21곳이 이미 3차례 이상 유찰된 상태다.

유찰될 경우 일정비율씩 가격이 떨어지는 일반 경매와는 달리 이들 사옥은 관련법에 따라 해당기관이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설령 낙찰가를 낮춰서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헐값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도 감정가보다 낮게 팔 경우 손실에 따른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존 본사를 매각한 돈으로 새로 이전하기 위해 지어야 하는 신사옥 등의 비용을 충당하도록 제한해둬서 '선개발-후매각' 등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안을 전혀 검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혁신도시 이전 후 1년 안에 의무적으로 사옥을 팔도록 돼 있는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1~2년 사이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는 것도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 가이드라인에서 구체적인 제한을 두지 않다보니 부채를 메우는 것이 매각가격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앞뒤 안 가리고 매각하려다보니 '헐값'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재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각 여부와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에서 기한을 정해두고 빠른 시일 내 한꺼번에 몰아서 자산을 매각하려다보면 이익보다 손실이 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수천억~수조원짜리 매물을 살 여력을 가진 곳이 대기업이나 거대 외국계 자본에 불과해 이들에게 땅이 넘어갈 경우 매각 방법에 따라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공공기관 부동산을 외국자본 등에 헐값에 팔았다가 나중에 비싸게 되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공공기관 부동산은 크게 보면 나라의 자산인 만큼 정부가 매각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공공기관 부책감축 가이드라인에는 '헐값 매각시비, 재무구조 약화 가능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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