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포스코, 혁신보다 '정통 기술력' 택했다
위기의 포스코, 혁신보다 '정통 기술력'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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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차기 회장 내정자. (사진=포스코)

차기 회장에 '기술통' 권오준 사장 내정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포스코 차기 회장에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대·내외적 위기에 봉착한 포스코가 경영 혁신보다는 기술력 강화를 타개책으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는 16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권 사장을 주주총회에 올리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포스코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철강 공급과잉, 원료시장 과점 심화 등으로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향후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경영쇄신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판단해 권오준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

포스코는 세계 철강 업황 악화로 인한 지속적인 영업이익 하락과 무리한 사업 다각화에서 비롯된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4년 연속 신용 등급이 하락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평가한 포스코의 2009년 기준 신용 등급은 A1(부정적)이었으나 2010년 A2(부정적), 2011년 A3(부정적), 2012년 Baa1(부정적)을 기록하는 등 매년 하향됐으며, 지난해에는 Baa2(안정적) 등급까지 내려갔다.

또한 지난 2008년 7조17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1년 영업이익은 5조4081억원, 2012년은 3조6531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줄어든 약 2조9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한 무리한 계열사 인수는 재무 위험을 높였다. 포스코의 2008년 결산 기준 계열사 수는 31개였으나, 2010년 48개, 2011년에는 61개로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에는 70개까지 늘어났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부담을 느낀 포스코는 지난해 계열사의 30%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8년 18조6170억 수준이었던 포스코의 총 부채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37조7364억원을 기록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말았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방만한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의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 위기돌파 해답 '정통 기술력'

포스코는 국내 1위 철강사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적인 철강 분석 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철강사'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저가 시장을 공략해오던 중국 철강사들의 기술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고, 비교적 우수한 기술의 일본 철강사들은 엔저 지속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면서 포스코만의 독점적 기술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 사업 확장으로 에너지·복합 소재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려던 정준양 회장의 경영 성적표가 낙제점을 받자 포스코 이사회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기술통'의 등용으로 포스코가 가진 우수한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고유기술 개발을 통한 신 성장동력을 찾아 장기적 성장 엔진을 육성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경영쇄신책인 셈이다.

낙점된 권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기술 연구에 특화된 재원이다. 포스코 산하의 전문연구 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원장직과 포스코 기술부문장을 맡으며 독점적 기술 확보와 소재분야 기술경쟁력 우위 유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유럽사무소장 등의 경험을 통해 해외철강사 네트워크와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경영·현장 경험 全無…구조 개편 과제

하지만 기술력에 특화된 권 사장의 이력 탓에 그룹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 재무, 현장 영업 등 관리분야에서의 직무 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정준양 현 포스코 회장과 전임 이구택 회장이 제철소장 등의 경력을 통해 경영 역량을 쌓아 온 것과도 대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권 사장이 회장 후보로 낙점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 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50여일 간 하마평에 오른 10여명의 후보군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철강 업계 내부에서도 최초로 공식 발표된 후보군의 명단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후보 선별 작업을 진행해온 승계카운슬(협의회) 측은 권 사장이 포스코 내부에서의 인적 네트워크가 중립이라는 면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구조를 개편하는데 있어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권 사장은 업계 여론을 의식한 듯 16일 회장 내정 발표 직후 소감을 통해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CEO 후보로 선정해주신 이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다음날(17일) 출근길에서는 부족한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공부해 (경영능력을) 닦아나가겠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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