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RBC비율, 생보사 동일잣대 불합리"
손보업계 "RBC비율, 생보사 동일잣대 불합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국 '200%' 일괄 권고…"업권별 특성 무시한 조치"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을 20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권고한 가운데, 손해보험업계가 '업권 차이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손보사는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산매각에까지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하소연이다.   

◇ 'RBC 늪'에 빠진 손보업계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RBC비율의 권고 수준을 200%로 설정하고 이에 맞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향후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한 솔벤시(Solvency) II 적용 및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RBC비율을 산출시 현재보다 더 낮아지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라는 취지다.

이에 보험업계는 유상증자 및 후순위채권 발행, 사옥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싱가폴 투자청(GIC)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해 55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데 이어 24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고, 한화손보는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또 LIG손보는 사옥을 매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손보사들이 RBC비율 200%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9월말 기준 RBC비율이 200% 이하인 손보사는 현대해상 (193.5%), 더케이손보 (193.3%), 악사손보 (190.6%), 하이카다이렉트 (177.2%), LIG손보 (176.8%), 흥국화재 (165.1%), 롯데손보 (150.4%), 한화손보 (133.1%) 등이다.

현재 240.9% 수준인 동부화재와 214.2%로 크게 끌어올린 메리츠화재도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설, 폭우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큰 폭 상승할 경우 RBC비율이 10~20% 가량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IG손보의 경우 내년 초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모두 소화되더라도 200%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 생-손보 RBC비율 격차 커    

반면 생명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생보사들의 경우 30~40년의 초장기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10~15년 동안 매월 보험료가 들어와 수입이 안정적이다. 이로 인해 자산운용 규모가 커지면 투자수익도 늘어나 RBC비율을 늘리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 때문에 생보업계의 평균 RBC비율도 291.8%로 당국 권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반면 손보상품은 장기보험을 제외한 대부분이 1~3년의 단기상품으로 만기시에는 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생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잉여금을 쌓기가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금융당국이 생손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하지 않은 많은 손보사들은 대부분 단기보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며 "손보사는 보험운영 기간이 짧아 자산운용을 위한 자본을 모으는 데도 생보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맞추더라도 내년에 하락할 경우 추가적인 자본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RBC 권고수준을 올린 결정적인 이유는 작년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역마진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인데 손보업계는 역마진 발생 가능성이 적다"며 "업계는 RBC비율의 적정 수준을 170%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