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or구조조정?...글로벌IB, '생존경쟁' 돌입
대형화or구조조정?...글로벌IB, '생존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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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14곳 중 5곳만 다각화 유지"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노무라 등 글로벌 IB들이 저성장 저수익 국면에 대비해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 14개 글로벌 IB(시티은행, 도이치뱅크, HSBC, 바클래이스, BNP파리바 등)가운데 5년 후에도 다각화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은 5개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11일 글로벌 IB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는 최근 구조조정 안에서 투자은행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자산관리 부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UBS가 최근 1년 새 투자은행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수익성이 높았던 FICC(Fixed Income·Currency·Commodity) 부문에서도 플레이어 범람에 따른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노무라를 필두로 글로벌 IB들의 인력감원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IB들은 최근 1년 새 1만5000여명을 감원했다. 현 흐름대로라면 향후 추가적으로 2만5000여명의 감원이 시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IB들의 실적급감에서 기인했다. 실제 주요 글로벌 IB들의 올해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10%대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전 글로벌 IB들의 ROE는 20%를 훨씬 웃돌았었다.

바젤III 협약(은행의 기본자본금 확보 요건을 강화한 다국간 협약)의 자본 및 트레이딩계정 규제강화 역시 글로벌 IB들에게는 비용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9년 바젤위원회가 시장리스크 측정 시 경기순응성을 축소하도록 한 바젤 II를 개정 발표했지만 트레이딩계정의 경계설정이 모호한 데다 시장유동성 리스크가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빈번했다. 그런데도 규제 강화 방침이 지속되자 당장 노무라 등 글로벌 IB들은 비주력 사업부문 정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의 경우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른 IB들이 정리한 사업부분을 일부 흡수해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는 신규 IT투자를 통해 바젤III의 영향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거나 트레이딩 플랫폼을 통해 전자거래의 이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글로벌IB들의 최근 움직임을 생존경쟁으로 보고 있다. 유럽 최대(전략컨설팅분야 매출규모 1조원 이상)의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 Strategy Consultants)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 글로벌 IB들 가운데 현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다각화된 영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5년 후 5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정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IB가 집중 사업부문의 동향을 파악해 답습하는 경영방식이 통했지만 이제 IB들은 각자의 강점을 특화시켜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됐다"며 "대형화 및 다각화 전략으로 기회를 모색할지, 몸집을 줄이고 안정된 사업구조를 추구할지 선택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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