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올 때 우산 씌워주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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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올해 금융권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리스크(위험) 관리'다. 유럽 재정위기와 내수 부진 등 불확실한 경제 여건 때문이지만, 사실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식상한(?) 단어기도 하다.

은행들로서는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문제는 은행권에서 '리스크 관리'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직격탄을 맞는 곳은 중소기업이라는 데 있다. 특히 내수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실적감소에 '돈줄'까지 막힐 경우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4분기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지난 2010년 2분기 0 이후 최저다. 수치가 작을수록 은행이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중소기업 대출태도는 올해 1분기 13 이후 2분기 9, 3분기 6으로 하락세다.

이처럼 은행들의 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초 은행들은 1355개 중소기업을 구조조정 후보로 추려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그나마 은행에서 빚을 50억~500억원 낼 정도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사실 이들 중소기업들에 은행은 말 그대로 '생명줄'을 쥔 존재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 중 은행 대출 비중은 83.3%. 경영난으로 돈 가뭄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은행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중소기업들에게 은행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를 보면 올 들어 30.1%의 업체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44.8%는 '은행이 신규대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답했고, '추가담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 회사도 33.9%였다.

실제 대출규모도 급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8개 은행이 올해 1~7월 중소기업에 공급한 신규 대출액은 11.9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조원 줄었다. 이 기간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곳은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정도가 전부다.

은행들도 할 말은 많다. 통상 은행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상환능력을 판단하는데 최근 내수부진으로 재무사정이 악화돼 대출한 자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론 리스크 관리는 은행 건전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단순히 실적향상을 위해 마구잡이로 자금을 대출해줄 경우 국내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릴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건실한 기업들까지 회생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9988'이다. 한국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고용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는 의미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국내은행이 한국 중소기업의 든든한 '우산'이 돼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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