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인데 '책임지는 책임자'가 없다
요지경인데 '책임지는 책임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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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감원이 검찰에 명단을 넘긴 저축은행의 경영진 행태를 보면 요지경이 따로 없다. 너나없이 혀를 차면서도 일반 국민들은 왜 그런 부실이 몇 년씩 계속되도록 내버려둔 금융당국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를 더 궁금해 한다.

이미 부실 저축은행으로 당국의 철저한 감독 하에 있으면서도 그 몇 년 새에 엄청난 예금을 경영진이 빼돌리는 동안 손 놓고 있었던 당국자들 중 책임지는 책임자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의 부실감사도 도를 넘었으니 그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예금자나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해 볼 문제다. 2010년 사업보고서에까지 계속 ‘적정’이라는 감사 의견을 낸 회계법인들은 분명 투자자들에 대한 큰 손해를 입혔으니 그 손해를 변상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금융사들 감독한다고 평소에 서슬 퍼런 감독기관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면 그 수장의 책임이 크다. 위험성 있는 금융사를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는데 책임자가 그걸 몰랐다?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데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혹 그걸 몰랐다면 그런 막대기 같은 무능한 책임자가 왜 필요한가. 어린 아이를 갖다 앉혀놓은들 무에 다를 바 있나.

워낙 위에서 하명하는 일만 눈치껏 처리하는 일에 익숙한 이들이 그 윗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것이라면 그건 이 정부의 인사정책이 엉터리였다는 증거이니 기왕 꼬리 자르기에 나선 작금의 상황을 보건대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감독기관장 쯤의 꼬리는 자르고 가는 게 후탈이 적을 성 싶은데 정부도 그럴 의사는 별로 없어 보인다. 혹 지금 그 위치는 잘라낼 수 있는 꼬리 이상이어서 정부도 손 놓고 있나.

아니면 정부가 꼬리 자른다고 나설 것을 두려워해서 책무의 책임자가 미리 아랫자리부터 자르고 명 보전하려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책임져야 할 이들이 죄다 금융계에서는 언제고 다시 재활용될 수 있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어서 그냥 버티면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라는 배짱인가.

뉴스만 보고 있는 대중들은 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부실하다고 알려져 있는 이들 4개 저축은행에 예금을 하고 보호받기도 힘든 후순위채를 매입했는지 의아해 한다. 보호한도인 5천만 원을 초과한 개인예금이 총 121억 원에 달하고 2200억 원이 넘는 후순위채를 매입한 투자자도 7200명이나 되는 현상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은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붙이고 감독당국은 해당저축은행을 계속 압박만 하면서도 특별히 문제를 들춰내지 않고 있는데 실적 높이려는 직원들은 ‘안전하다’고 설득하니 좀 높은 이자에, 좀 높은 수익률에 솔깃해 넘어가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정부가 퇴출을 유예하고 열심히 감독하고 있으니 속 모르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여긴 회생하는가 보다’ 여기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의 손실에 정부, 금융당국, 회계법인 모두가 책임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곳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이다. 적어도 이쯤 되면 감독기관의 수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만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면 책임자의 자리에 앉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어디에선들, 어느 자리에선들 그만한 일에 책임지는 법 있느냐고.

이건 마치 흔히 범하기 쉬운 교통법규 위반으로 남들은 다 빠져 나갔는데 나만 단속에 걸렸을 때 드는 억울한 기분이야 많은 운전자들이 느끼는 것이니, 그런 기분으로 이해하자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국가 경제의 근간을 감독하라고 앉혀둔 자리에서 일 제대로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모를 부실 혹은 무능으로 인해 벌어진 큰 사건인데 어찌 개인적인 억울함 따위를 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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