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투자 나선 한국은행,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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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전망 우세…金 투자도 '낙제점'

[서울파이낸스 강현창·채선희 기자] 한국은행이 중국시장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안팎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외환 다변화 차원에서의 기대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한은의 자금운용 능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높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중국 정부로부터 QFII 자격을 취득하면서 3억달러 가량의 한도를 배정받아 중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은은 이르면 상반기 부터 투자를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김중수 한은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중국 주식투자와 채권투자를 병행할 방침"이라며 "은행장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은이 중국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외환 다변화 차원이다. 추흥식 외자운용원장은 최근 "위안화는 주요 장기 외환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주식과 국채를 매입해 외환의 다양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은의 이같은 투자방침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증시와 관련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도 중국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쏟아졌다.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기대했던 중국 양회도 부양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중국 양회가 끝나면 내수 부양책이 나와 세계 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깨졌다"며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증시의 방향성도 내림세로 굳어졌다. 지난 23일 상해종합지수 종가는 2349.54로 2010년 초 3000선이 깨진 뒤 거래량과 지수 모두 쪼그라들었다.

최근에는 전인대 종료이후 큰 폭으로 내려가 2400선을 하회하며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초 한국은행이 QFII 자격을 신청하던 지난해 초 대비 40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무엇보다 지난해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한은의 대규모 금 매입 성과도 부정적이다.

한은은 지난해 6~7월 국제 금시장에서 금 25t을 사들였다. 당시 매입단가는 온스(31.1g) 당 최소 1542달러다. 11월에는 온스 당 1750원 가량에 15t을 추가 매입했다.

우려할 만한 대목은 한은이 매입할 시기의 금값이 역사적인 고점이라는 점이다. 금값은 지난 2001년 온스 당 253달러에서 지난해 2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한 뒤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금 4월 인도분 가격은 지난 22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온스당 1627.68달러에 거래돼, 10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금값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에델 튤리 UBS 귀금속 투자전략가는 오는 4월 금값 전망치를 온스 당 1550달러 이하로 낮추면서 "투자자들이 최근 가격 조정을 싼 값에 금을 매수할 기회로 보지 않으며 대다수가 매수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온스 당 1500달러가 돼도 놀랍지 않다"며 "금이 지난 2년과 같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 투자에 대한 성과도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중국 투자에 나서면서 한은이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물가급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무려 9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한은을 보면 조강지처를 팽개치고 늦바람이 든 것 같다"며 "금리정책과 물가안정, 가계대출감소 등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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