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신경전, '신한-조흥' 방향타 될까
하나-외환銀 신경전, '신한-조흥' 방향타 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립경영, 고용안정 요구 '닮은꼴'
노조 "하나금융과 17일까지 대화"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에게 외환은행의 이름을 유지하고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오는 17일까지 원할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태업 및 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지난 7일 서울 을지로 모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의 합의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조원 사이에서는 "최악의 경우엔 전산망을 내리는 일도 불사하겠다"는 격한 목소리도 나왔다.

노조 측이 예고한 협상시한이 임박하면서 총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요구하는 행명 유지 및 독립경영 요구, 고용안정 보장 등 타협과정에서 불거지는 요구들이 9년여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인수합병 사례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전산마비 직전 극적 타결

지난 2003년 6월18일 수요일. 정부 지분이 80%인 조흥은행의 노동조합은 신한은행으로의 피인수 결정에 반대하며 점포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전국 460여개 지점을 폐쇄하면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조흥은행을 찾은 시민들은 해외송금, 공과금 납부 등의 일체 업무를 보지 못한 채 발을 돌리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

초미의 관심사는 조흥은행 업무의 '신경망'인 전산센터가 얼마나 가동되겠느냐 였다. 노조측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전산인력 이탈로 전산망을 다운시키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전산망 마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파업 나흘만인 22일 조흥은행 파업 사태가 진통 끝에 극적 타결을 이뤘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매각 철회'라는 목적은 이뤄내지 못했으나 3년간 '조흥은행' 행명 유지와 100% 고용보장, 신한은행 수준에 맞춘 임금 인상 등 유리한 조건을 받아냈다. 신한 측도 인수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의 반발을 원만하게 해결해 서로 '윈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시 20% 낮았던 조흥은행 임직원들의 임금을 신한은행 급으로 올려주기로 하면서 타협을 이뤘다"면서 "하나-외환의 경우 피인수 쪽이 임금이 더 높은 상태라 진통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면서 두은행간 교환업무, 공동 행사 등을 개최하면서 이른바 1,2차에 걸쳐 이른바 '감성통합'을 진행했다"면서 "통합은행인 (주)신한은행을 탄생시키는 데 3년 이상 걸렸다"고 회상했다.

◇ 급여체계 타협이 결국 핵심쟁점

신한-조흥은행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측은 "피인수되는 조흥은행은 신한은행보다 브랜드가치가 떨어졌다"면서 외환은행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고 반박했다. 1인당 생산성 측면에서도 하나은행보다 월등히 높고,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노조가 요구하는 행명 유지 및 독립 경영, 고용안정 등이 당시 조흥은행 노조가 요구한 그것과 다를게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인사·재무권에 대한 독립경영 요구의 속내는 급여체계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은 결국 두 은행의 급여는 물론 행명 유지와 독립경영 수준까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화학적 결합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외환은행 직원의 1인당 연봉은 5170만원으로 하나은행(3800만원)의 1.5배에 육박한다.

김승유 회장이 이미 "인위적인 연봉삭감과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당분간 투뱅크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하지만 외환은행 급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 하나금융 직원들의 박탈감을 달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임금 체계 등 독립경영에 대한 수준이 타협점을 찾아야 신임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출근길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법원으로부터 일시 이사직 승인을 받았지만 노조의 반대속에 출근시점을 미뤄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측이 아직 극한 상황까지 치닫지 않고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좋게 해석된다"면서도 "독립경영, 고용보장 등 실무적 과제가 산적해있어 17일 이후 어떤 국면으로 흘를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양측이 신한-조흥의 사례처럼 총파업이라는 극단의 사태까지 치달을지, '유혈사태'없이 극적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