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무산 - ②] 거래소, '두마리 토끼' 놓쳤다
[자통법 무산 - ②] 거래소, '두마리 토끼' 놓쳤다
  • 양종곤 윤동 한수연 기자
  • ggm11@seoulfn.com
  • 승인 2012.02.09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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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해제 명분 잃고 CCP 추진 '불똥'
예탁원, 전자투표 등 신사업 동력 '불투명'

[서울파이낸스 양종곤·윤동·한수연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와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추진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예탁원도 신사업 성장동력을 잃게됐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게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관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최근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서 제외됐는데, 이와관련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통과'라는 조건부 단서를 달았다. 

자본시장법 통과로 대체거래소(ATS)가 도입될 경우 기존 거래소의 독점구조가 깨지기 때문이다. ATS란 한국거래소와 달리 상장 및 시장감시 역할을 하지않고 판매만 담당하는 소형 거래소를 지칭한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금융당국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대기업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화사태'로 공공기관으로서의 거래소 성격까지 재부각됐다.

CCP도 거래소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CCP는 장외파생상품 관련 신용위험과 운영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 사이에 결제 이행을 보증하는 기구다.

자본시장법 통과를 전제로 거래소는 오는 7월부터 금리스왑(IRS), 신용디폴트스왑(CDS) 등을 CCP를 통해 거래하도록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CCP 인가권도 자본시장법안에 포함된 상황이다.

CCP이 설립이 무산돼도 거래소가 입는 수치적인 불이익은 없다. 다만 해외 시장 진출과 파생상품 사업 확대를 보고 거래소의 역점사업 하나가 위기에 빠진 것. 또 CCP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합의로 올해까지 설립을 완료해야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지 않겠냐'며 느긋해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일단 법 통과를 가능성을 믿고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석호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신사업팀장은 "자본시장법은 결국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업무 승인시 CCP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예정된 준비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의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 학계 우려가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대체거래소 도입 무산은 거래소 입장에서는 엄밀히 말해 현상태 유지와 같다"며 "오히려 거래소의 독점적인 지위 체제가 법적으로 계속 유지된다는 건 그들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자통법 통과 무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에 추진됐던 자통법 개정안에 섀도보팅(Shadow Voting)제도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 예탁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투표가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은 지난 1991년에 도입된 제도로 연기금 기관 등이 기업의 경영을 좌우할 수 없도록 기관의 주총투표를 제한하는 제도다.

기관의 지분에는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의 투표결과가 그대로 반영된다. 그러나 주총 의결 정족수를 채울수 없다며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일반 주주에 대해서도 섀도보팅이 적용시키는 일이 많아 논란이 됐다. 때문에 오는 2015년을 목표로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번 자통법 개정안에도 포함됐다.

이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될 경우 많은 기업이 전자투표쪽으로 몰릴 수 있지만 폐지되지 않으면 현재의 섀도보팅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전자투표 도입이 그만큼 늦춰지게 된다.

허항진 예탁원 전자증권추진단장은 "원래 목표가 2015년인만큼 그 안에 섀도보팅 폐지문제가 해결되겠지만 폐지가 늦춰질 경우 전자투표 도입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연구원은 "예탁원은 현재 프라임 브로커리지 관련해서 대차업무 등 기능이 많은데, 향후 차세대 수익원, 기반, 인프라가 일단 법적으로 유보된 상태이므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프라임 브로커리지에 대한 여러가지 대차업무에 대해 인프라가 작용할 수 있었고 차세대 신성장 수익원이 될 수 있었으나 유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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