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악성' 미분양 속출…'마이너스' 프리미엄?
수도권, '악성' 미분양 속출…'마이너스'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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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분양가 및 밀어내기 분양 등 원인

[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부동산 장기침체와 전세난 속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이란 공사가 끝나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여전히 분양이 완료되지 않고 있는 주택으로 '악성 미분양'이라고도 불린다.

18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593가구로 전월 7만87가구에 비해 1494가구(2.1%) 감소했지만, 이 중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가 3만6367가구로 전체의 53%에 달했다.

수도권 내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서울(844가구), 경기(8384가구), 인천(516가구) 등 9744가구에 이르며, 전용면적 60㎡이하 163가구, 60~85㎡ 1079가구, 85㎡초과 8502가구로 중대형(85㎡초과)이 8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준공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용인시의 경우 전체 3334가구 중 전용면적 85㎡초과가 3246가구로 무려 97%가 넘었다. 2009년말 644가구, 2010년 8월 2031가구, 올해초 3186가구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양시 역시 2227가구 중 85㎡초과가 2191가구로 98%에 육박했다.

이처럼 전국 미분양 아파트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가격부담이 큰 중대형이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있어 건설사들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미분양 소진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인하, 중도금 무이자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이미 준공돼 있어 일정금액만 지불하면 바로 입주가 가능하고 잔금·대출이자 등 각종 금융혜택이 있지만 실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애초 분양가가 높은데다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준공 후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일산지역 중대형의 경우 주변시세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덕이동 H단지 인근 공인 관계자는 "기존의 다른 아파트 시세가 3.3㎡당 700~800만원대인데, H단지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1400만~1500만원선이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높은 분양가 때문에 갈등이 심하더니 부실공사 등을 이유로 분양계약자들이 시행사 상대로 계약해지하는 소송까지 제기해, 최근 1심에서 계약자들이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용인의 성복 H단지 내 K공인 관계자도 "H단지는 지난해 하반기에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분양가 20% 납입시 즉시입주 가능, 분양금액 60% 대출이자 3년간 지원 등 갖가지 조건을 내세운 분양광고가 곳곳에 즐비하다"며,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와도 그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이미 입주한 계약자가 시공사의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분양에 반발해 계약해지를 둘러싸고 법적 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며, "부동산 호황기에는 건설사들이 고분양가에 내놔도 분양이 잘 됐는데 지금은 침체기인데다가 중소형 쏠림 현상이 심해 미분양을 털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지방에 적체된 미분양을 정부가 세제혜택 등의 규제 완화책으로 많이 해소시켰으나, 수도권은 여전히 용인·파주·일산 등지에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어서 건설사들이 할인분양·발코니 무료 확장 등 여러 지원책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도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조건이 떨어지는 외곽에 많은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과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 밀어내기식 분양이 맞물리면서 준공 후 미분양이 시장에서 쉽게 소진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에서 유행한 전세거주 후 분양받는 제도가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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