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도 실패했다
스티브 잡스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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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의 치료가 순조로운 것으로 알려졌던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이자 현 CEO가 갑자기 사망했다. 하필 여러 나라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여서 잡스의 사망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이들도 적잖다. 기업 경영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특허전쟁이 한쪽 CEO의 죽음으로 중단될 리도 없고 애플이 단시간 내에 시장 장악력을 상실할 리는 없겠지만 작은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잡스의 사망에 따른 여러 관련 기사들 중에서도 유독 ‘잡스도 실패했다-실패작 7選’이라는 AP통신 기사가 눈길을 끈다. 신제품 디자인 작업을 할 때마다 기존의 통념을 깨고 한계에 도전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곤 했던 잡스이지만 그 아이디어 중에는 대박 난 것 못지않게 실패로 끝난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기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세세한 내용 때문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성공은 반드시 실패의 경험과 함께 한다는 보편적 진리 못지않게 너무 앞선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시장의 속도나 시장 수용력과의 괴리가 발생하면 빛을 보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는 점을 그 기사를 통해 새삼 실감하게 된다.

특히 기술 발전이 빠른 IT업종에서 몇 년 앞선 기술은 종종 사장되었다가 차차세대 기술의 밑거름이 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시장 수요에 비해 너무 고급기술도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앞선 기술은 시장의 요구를 선도하기도 하지만 너무 앞선 기술은 성공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너무’라는 부사를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했나보다.

잡스는 제법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애플에서 내쫒긴 일,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 회사 넥스트를 다시 애플에 넘기며 되돌아 간 일일 것이다.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난 일은 세계인 누구에게나 충격적 이슈였겠으나 한국적 기업 풍토만을 보고 자란 필자의 경험으로 보자면 그건 제법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창업자는 기업의 주인이라 여기는 한국의 기업문화에서는 상상해보기 힘든 일이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개인적으로도 힘들었을 상황을 딛고 잡스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고 또 참신한 기술을 개발하며 자신을 쫒아낸 애플이 간절히 필요했던 그 기술을 들고 애플에 재입성 했다. 그 점이 또한 참으로 신선했다.

정식으로는 대학을 단 한 학기 다니고 중퇴한 그가 세계적 기술을 앞세워 IT시대의 선봉에 선 것도 물론 놀라움을 던져줬지만 웬만한 사람 같으면 절망하고 주저앉을 상황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스스로 잘 하는 일에 매진하는 그의 긍정적 에너지는 더 부럽다.

한국 사회에서도 잡스 같은 인물이 성공할 수 있을까를 반문해보면 그런 부러움이 더 커진다. 한국에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있고 사회 구석구석 살펴보면 학벌사회의 벽을 넘었다고 찬사를 보낼 이들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있다. 우리의 사장님들은 기업이 안정되면 우선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며 그들 스스로 뛰어넘은 학벌의 벽 안쪽 세상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고자 한다.

이런 모습은 스티브 잡스는 물론 하버드를 중퇴한 빌 게이츠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의 사회가 그들에게 대학 간판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그들과 우리의 차이다.

우리는 성공한 이들에게조차 여전히 학벌을 갖추라고 요구하고 그 부작용으로 학벌을 속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벤처 붐이 일고 숱한 벤처기업들이 실패의 고배를 마셨을 때도 벤처기업이니만큼 당연히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일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를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고 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한 번의 실패는 종종 인생 자체의 실패로 규정되곤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 부정적 기운을 퍼트리는 근원은 아닐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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