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놓고 '고래' 다툼…이번에도 소비자만 물먹나?
우유놓고 '고래' 다툼…이번에도 소비자만 물먹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태 길어지면 우유 대란 우려돼"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낙농가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원유 공급을 중단해 유가공업계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낙농가가 일제히 납유를 거부하면서 원유를 주 원료로 우유나 발효유 등을 생산하는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남양유업에는 하루에 700t가량의 원유가 공급되는데 3일에는 평소의 10% 수준으로 반입량이 줄었다.

매일유업도 평소 600∼700t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날 물량을 전혀 확보하지 못해 앞서 들어온 원유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 발효유나 우유를 활용한 다른 제품의 생산은 대폭 줄이고 흰 우유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납유 거부 사태가 해소되면 원유 확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농가에 수거차를 보낼 예정이다.

업계는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의 특성상 공급 거부 사태가 길어지면 관련 업종에 큰 타격을 주고 소비자도 심각한 우유 품귀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소비자가 큰 불편을 겪고 있지 않지만 원유 공급 거부가 이어지면 말 그대로 우유 대란이 일어날 수 있어 원유 가격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유 가격 인상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낙농가와 우유업체 간 갈등이 결국은 납유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낙농가와 업체는 이날 오후 2시 제8차 소위원회를 열고 협상을 이어간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5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미 집유된 원유를 폐기하고, 원유 납품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날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열린 협상에서 낙농가 측은 원유 리터당 173원을 제시했고, 우유가공업체 측은 최대 81원 인상을 고수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원유 가격은 리터당 704원으로, 지난 2008년 20.5% 인상된 이후 3년간 동결돼 왔다"며 "낙농가들은 사료 값 폭등으로 생산비는 늘어났지만 구제역과 폭염으로 생산량은 줄어들어 경영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도 "최소 생계를 유지하고 경영을 할 수 있는 금액이 리터당 173원 인상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낙농진흥회는 우유업체, 집유조합 등과 협조 체제를 가동해 4일 새벽 집유 등을 통해 원유 공급과 유제품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유제조사 대표들에게 원유가격이 올라도 우유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