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예보의 계절'
[프리즘] '예보의 계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금융권은 '예보의 계절'을 맞았다.

삼화저축은행에서 촉발된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하자 예금자 보호 의무를 지닌 예금보험공가 분주해진 것이다. 오랜만에 문을 연 국회에서도 예보법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실시된 예보 인지도 조사 결과는 마치 예보의 전성기를 예견한 듯 하다.

조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인지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7%를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22.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예보기관에 대한 인지율은 지난해 말 기준 72.1%로 전년보다 24.4%포인트나 올랐다.

저축은행 사태가 석 달째 접어들고 있는 지금도 예보는 여전히 높아진 인지도만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삼화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업무를 마무리한 예보는 지난 2일부터는 영업정지 조치된 부산·대전저축은행 예금자들을 대상으로 가지급금 지급을 실시하고 있다.

지급 첫 날 해당 저축은행의 영업점에 예금자들이 몰리고,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량이 폭주하는 바람에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곧바로 보완 조치에 들어갔지만 결국 가지급금 지급 신청 마감시간은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로 연장됐다. 영업점에서 실시했던 번호표 배포도 저녁 늦게까지 진행됐다.

예보 내부적으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지점에 파견할 수 있는 가용인력은 235명으로, 이 가운데 현재 150명이 투입됐다.

앞서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저축은행부서를 저축은행정상화부와 저축은행지원부로 개편하면서 업무분담과 인력을 증원했지만 역부족인 듯 보인다.

이에 예보는 원활한 업무를 위해 최근에 가지급금 영업점을 확대하는가 하면 퇴직한 직원들을 임시채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가지급금 현장 신청을 해당 저축은행(부산·대전·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도민축은행) 인근의 농협중앙회 영업점(16개)에서도 가능토록 조치했다. 퇴직검사역은 현재 66명을 모집했고, 향후 상황에 따라 130명까지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예보는 금융기관이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의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이바지하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즉, 예보의 업무량과 인지도 상승은 금융권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예보는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이 증가하고, 예금자들은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 예보제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은 전염성이 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100여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심판대에 오른 지금 '예보의 계절'이 한 철이 아닐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예보에 '전례없는', '업무차질' 등의 수식어가 잦게 붙는 요즘이다. 금융권이 하루 빨리 이상기후에서 벗어나 평년기온을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